아동 성범죄자 김근식(54)이 출소를 하루 앞두고 다시 구속됐다. 또 다른 성범죄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근식은 16일 재구속됐다. 김근식이 다시 구속되면서 출소 후 의정부시 거주 논란은 일단락됐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송중호 부장판사는 16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로 현재 안양교도소에 수감 중인 김근식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송 부장판사는 "범죄가 소명되고,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번 구속영장은 지난 2006년 당시 13세 미만이던 피해자 A씨를 김근식이 강제로 추행한 혐의다.
김근식의 연쇄 성범죄 보도를 언론을 통해 접한 A씨는 2020년 12월 김근식에게 당한 과거 강제추행을 인천 계양경찰서에 신고했다.
경찰은 A씨 사건을 수사한 후 지난해 7월 검찰에 송치했다. A씨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김근식은 여러 차례 이감되면서 사건 역시 전남지검 해남지청과 수원지검 안양지청 등으로 이첩되면서 지난 15일에서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재판부는 16일 오후 김근식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1시간 정도 진행한 뒤 심사 종료 2시간여 만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영장심사치고는 이례적으로 결론을 빨리 낸 셈이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었던 김근식에 대한 재구속 여부에 국민적 관심이 모아진데다 김근식이 저지른 범죄의 죄질과 여론 등 국민 법 감정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법원의 결정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구속된 김근식은 A씨 사건과 관련해 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게 된다. 검찰은 안양교도소에서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김근식에 대해 구속영장을 집행할 방침이다.
김근식은 지난 2006년 5월부터 9월 사이 수도권에서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15년을 복역하고 오는 17일 출소할 예정이었다.
당시 김근식은 11명의 여학생들을 성폭행했다. 2006년 5월 24일 오전 인천 서구에서 등교 중이던 9살 초등학생을 승합차로 유인해 성폭행한 것을 시작으로 6월 4일 오후 인천 계양구에서 하교 중인 한 여중생을 성폭행했다. 이후 인천 계양구에서 6월 8일과 20일 각각 초등생과 중학생을 성폭행하고 7월 3일 독서실에서 귀가하던 여고생을 성폭행했다. 김근식은 그해 9월까지 경기도 파주와 시흥, 고양시에서도 성폭행을 일삼았다.
잔인한 범행 수법으로 악명을 떨친 김근식에게는 출소하더라도 '19세 미만 여성 접촉금지'라는 준수사항과 오후 10시부터 오전 9시까지 외출 제한과 여행 금지 조치가 부과됐다.
김근식의 징역형은 종료되지만 A씨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이 진행될 동안 안양교도소에 수감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근식에 대해 보강 조사를 한 뒤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내달 초 기소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16년 전 사건이다 보니 수사 난도가 상당히 높았다"며 "사건을 송치받은 후 수집한 여러 증거관계를 분석, 혐의를 입증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김근식의 구속영장 발부 후 "국민 안전과 피해자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법무부는 출소 후 김근식의 거주지를 의정부 소재 법무부 산하 갱생시설로 지정하면서 의정부시와 마찰을 빚어왔다. 의정부시는 출소자 거주지를 법무부가 강제할 수는 없다며 도로를 폐쇄해 김근식의 진입 자체를 막겠다고 강하게 반발해 왔다.
김근식이 재구속되면서 출소 후 거처를 두고 의정부 등 지역사회와 갈등을 빚었던 논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지난 13일부터 의정부지역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김근식이 의정부로 오는 거 맞나요?', '왜 의정부로 오는 거죠'라는 글과 댓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지역사회와 시민들은 불안을 호소하며 의정부시와 지역 국회의원, 도·시의원에게 민원을 제기해 '김근식 거주를 막아야 한다'고 성토하는 글이 잇따랐다.
당시 일부 언론이 법무부가 김근식의 거주지로 갱생시설인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의 경기지역 한 지부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이 시설의 주소까지 노출됐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김근식 출소 후 거주 지역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법무부로부터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했고 협의도 없었다"며 "김근식 거주가 사실이라면 관계기관과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근식의 재구속 소식이 알려지자 김동근 의정부시장은 "의정부시민 여러분, 우리 모두가 해냈다"며 환호했다. 이어 "13일 밤, 흉악범 김근식이 의정부로 들어온다는 소문이 인터넷으로 시작되면서 의정부가 끓기 시작했다"면서 "다음 날 아침 긴급 대책 회의를 열고, 곧바로 시 의장, 경찰서장과 함께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경기북부지부를 찾아가 경위를 묻고 법무부 장관 면담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또한 "성 충동 약물 치료를 받지 않은 성범죄자의 출소를 막은 법무부 검찰의 조치를 반긴다"며 "김근식의 재범과 도주 가능성을 바로 판단한 판사님의 처분에 안도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A씨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법원의 판결에 따라 김근식에 대한 형이 최종적으로 종료될 시점에 해당 논란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밖에 없다. 김근식의 출소 후 거주지 논란은 여전히 꺼지지 않은 불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