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8(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31일 프리랜서, 비정규직 중심의 방송계 약자인 스태프의 열악한 근로환경과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1차 개선대책을 마련․발표하고, 공영방송인 KBS, MBC의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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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송사의 육상경기 중계장면.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출처=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문체부는 방송스태프가 촬영을 위한 이동과 대기에 소요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불합리를 개선하는 한편,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방송프로그램 결방으로 입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상파 방송 3사에 대한 현장점검과 방송 분야 표준계약서 개정 작업에 나선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화려한 K-컬처 이면의 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방송계 약자인 스태프의 예술적 투혼과 헌신, 특히 꿈과 열정을 가지고 창작의 세계에 뛰어드는 MZ세대 스태프의 노력에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전체 직원의 과반수가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KBS를 비롯, 공영방송인 KBS와 MBC의 리더십이 이를 개선하는 데 적극 나서주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촬영 시 이동․대기시간은 근로시간 미포함…폭염에도 휴식 시간 없기도

 스태프 권리 보호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마련, 방송사에 권고


#1. 한국의 콘텐츠는 세계적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그 뒤에서 일하는 방송 스태프는 생계를 고민하고 있다. 연출(PD), 조명, 분장 등 각 분야의 막내들은 밤낮없이 뛰어다녀도 막상 손에 쥐는 월급은 2백만 원 남짓으로, 얼마 못 가 꿈을 포기하고 방송 현장을 떠나는 등 인력 유출 현상이 심각하다고 한다.

 

  촬영 일정표는 매일같이 달라지고 촬영이 지연되는 것은 일상이다. 집합시간, 준비시간이 근로시간에 포함되는 것은 사업장별로 다르고, 정리시간은 대체로 근로시간으로 쳐주지 않는다. 폭염에도 휴식 시간이 없이 일하기도 하고, 100명이 해야할 일을 50명이 하니 부담감에 촉박한 현장을 벗어날 수 없다. (문체부와 방송제작스태프 인터뷰 발언 중( ’23년 7월))


문체부는 올해 상반기에 연출(PD)·작가·조명·음향·분장 등 방송스태프들과 8차례 간담회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노동환경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참석자들은 촬영에 따른 이동, 대기, 준비 시간이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아 사실상 주 52시간보다 훨씬 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휴식시간도 없다며 열악한 제작환경을 개선해줄 것을 호소했다. 


유사한 영상 제작 업종인 영화업계의 경우 미개봉작 증가, 관객 감소 등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표준근로계약서에 1주 52시간 근로시간 준수 및 원거리 야외 현지촬영으로 인한 이동시간의 근로시간 포함을 명확히 규정하고, 촬영을 위한 준비, 정리, 대기시간 등도 근로시간으로 산정하도록 해 노동환경이 예전에 비해 상당히 개선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이 영화는 2시간 상영을 위해 5~6개월 동안 하루 3~4신(Scene)만 찍는 데 반해, 드라마는 16부작을 같은 기간 동안 끝내야 해 방송 스태프가 체감하는 현장의 열악함과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심각하다.

 

민영 방송사인 SBS는 지난 4월 <스튜디오S 드라마 제작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수도권 지역의 경우 현장 집합부터 현장 종료시간까지를 촬영 시간으로 규정하고 그 외의 지역은 여의도 출발시간부터 여의도 도착시간까지로 규정하는 등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자발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KBS와 MBC는 공영방송사로서 방송 스태프가 공정한 환경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도록 앞장서서 모범 사례를 만들어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없는 실정이다. 


이에 문체부는 영화업계나 SBS의 사례 등을 참고해 지방 촬영 시 이동시간, 촬영에 따른 대기, 정리 시간 등을 근로시간에 포함하고 휴식 시간을 보장하는 등 스태프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10월까지 마련하고 방송사 등에 권고할 예정이다. 문체부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8월부터 연출(PD)·작가·조명·음향·분장 등 분야를 나눠 구체적인 피해사례를 조사할 예정이다. 


 결방으로 인한 임금 미지급, 결방 기간 중 업무 지시 등 관행 여전

 결방 실태 및 「예술인 복지법」 위반 여부 조사, 방송 분야 표준계약서 개정


#2. 한편, 올림픽경기대회, 월드컵축구대회 등 주요 국제스포츠 대회 중계나 방송사의 일방적 사정을 이유로 예정된 방송프로그램이 결방 또는 지연 방송되는 경우, 방송 스태프는 그만큼 임금을 받지 못해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발생한다. 지상파 A 방송사 스태프의 경우, 지난해 12월 카타르 월드컵 당시 방송 직전 또는 일주일 전에 결방 통보를 받았고, 2~3주간의 결방 기간에도 비축분 제작을 위한 업무 지시를 받았다. 교양, 예능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결방으로 인한 임금, 수당 지급의 문제를 겪고 있으며, 올해 1월 문체부가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방송 외주제작 스태프 10명 중 8명이 결방으로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방송제작 스태프 단체 설문 응답(’23년 4월))


오는 9월에 개막하는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방송 스태프는 위와 같은 방송 결방으로 인한 임금 미지급 사례가 다시 현실로 닥쳐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문체부는 7월부터 ‘방송프로그램 결방 실태조사’를 추진하고 있으며, 국제스포츠 대회 중계 및 재난 방송 등 결방 원인과 유형, 구체적인 피해 규모 산출, 대안 모색 등을 체계적으로 검토해 방송사의 불합리한 관행 개선을 위한 근거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8월부터는 지난 3월 WBC 한국전 중계로 결방된 KBS, MBC, SBS 방송 3사의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예술인 복지법」 위반 여부를 조사한다. 방송스태프, 출연진에 대한 서면계약서 작성 여부, 계약서 명시 의무사항 준수 확인을 통해 불공정 계약 관행을 조사하고 위반사항 발견 시 과태료 부과 등 필요한 조치를 할 계획이다.


아울러 방송스태프가 노력해서 제작된 프로그램이 방송사 사정으로 방영이 되지 않더라도 안정적으로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방송 분야 표준계약서를 개선한다. 주요 방안으로 ▲제작비는 방영일이 아닌 납품일을 기준으로 하여 지급하게 하고, ▲납품한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제작비 전액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며, ▲결방 시 충분한 기간을 두고 서면 사전고지하도록 표준계약서에 명기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8월 중 개정안을 마련해 하반기에 관계단체 등 의견 청취한 뒤 연내 표준계약서 개정을 완료할 예정이다. 


가수, 배우 등 출연자들도 구두계약, 출연료 정산 지연 문제 겪어

 대중문화예술인 방송출연 표준계약서 개정 추진


#3. 음악, 드라마 등 방송프로그램 촬영 중 출연자들이 겪는 피해사례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서면 계약서 없이 구두로 출연을 요구하고, 촬영이 끝나면 예상보다 적게 출연료를 주거나 심지어는 밥 한 끼로 출연료를 정산하는 경우도 있다. 이마저도 방송이 나가야 받을 수 있어 촬영이 끝나고 4~5개월 지나서야 받거나 편성이 안 되면 받지 못하는 사례도 파악된다. 또한 출연료가 방영 횟수에 따라 책정됨에 따라 촬영 시간이 20시간을 넘어가더라도 1회분 출연료는 거의 고정적이다. (’22년 대중문화예술산업 불공정 계약 실태조사 사례 정리)


문체부는 가수나 배우 등이 공정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대중문화예술인 방송출연 표준계약서를 하반기 중에 개정할 계획이다. 개정 과정에서는 방송출연 표준계약서의 사용률을 높이기 위하여 조문을 쉽고 명확하게 수정하고, 촬영일과 방영일 사이의 간극으로 인한 출연료 지급 지연 등 방송출연과 관련한 불합리한 상황을 방지하는 내용을 표준계약서에 담는 것을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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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KBS·MBC에 '방송 스태프 처우 문제...SBS처럼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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