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누구든 같은 조건에서 같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내 카메라를 마주할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의 민낯, 그 사람의 진심을 끌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정치호 사진작가는 지난 1년여 간 ‘사람의 민낯’을 찍었다. 그게 누구든 ‘똑같은 옷’을 입히는 파격을 택했고, 차별과 편견을 없애기 위해 ‘흑백’을 고집했다. 주름살 하나, 머리카락 한 올까지 카메라에 담으려 했고 그렇게 찍은 사진은 가급적 보정을 하지 않았다. 이런 과감하고도 위험한 작업은 시사경제지 ‘더스쿠프’와 공동으로 진행했다.
지난 8월 29일 서울시 서초구 한전아트센터갤러리 2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정치호의 얼굴전展’에는 그렇게 찍은 56명의 민낯, 56명의 인생이 한데 모였다. 과감한 시도로 출발했던 것처럼 이 특별한 사진전에 참여한 인물의 면면 역시 다양하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 정치인이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없는 민낯을 드러냈고,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도 기꺼이 민낯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강윤선 준오헤어 대표,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 최재호 무학그룹 회장, 나상균 죠스푸드 대표,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등 성공한 사업가들도 잠시 직위를 내려놓고 자연인으로의 모습을 드러냈다.
예술·문화계에 몸담고 있는 임형주 팝페라테너, 김성룡 영화프로듀서, 김신영 코미디언, 이철원 화가, 임원희 영화배우, 팝핀준호 공연예술가 등의 민낯도 벽에 걸렸다. 정상수 청주대 교수, 김장열 콜로라도주립대 교수 등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도 민낯 행렬에 참여했다. 박창규 헌헐 봉사자, 이이순 헌혈 봉사자, 조성아 네일 아티스트 등 각자의 위치에서 최고의 인생을 만들고 있는 일반인도 흑백사진 속에 담겼다.

다양한 민낯과 마주해온 정치호 작가는 “민낯을 찍는 것은 아름답게 꾸미고 포장해주는 트렌디한 사진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사진작가에게도 위험한 도전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솔직한 사진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 이번 민낯 사진들은 지속가능한 작업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남석 더스쿠프 대표는 “세상 사람들은 자신을 포장하길 원하지만 제아무리 포장하더라도 그들의 민낯엔 인생이 들어있게 마련”이라면서 “이번 정치호의 얼굴전을 통해 56명의 참다운 인생이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양한 인생의 민낯을 만나볼 수 있는 정치호의 얼굴전은 4일까지 한전아트센터갤러리 2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입장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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