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23(목)
 

▲ 오성삼 건국대 교수

대학교수 재직시절 이례적으로 고교 교장을 맡아 ‘고교로 간 교수’로 잘 알려진 건국대 사범대학 오성삼 교수(교육공학)가 정년퇴임과 함께 또다시 고교 교장으로 초빙돼 두 번째 고교 ‘교육현장 혁신’에 도전한다.

오는 8월31일 정년퇴임하는 건국대 사범대학 오성삼 교수(65, 교육공학). 그는 요즘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30년 넘는 교직생활 기간 중 지난 25년간 건국대 사범대학에서 교육학을 강의해 왔다. 교수시절 세 차례에 걸쳐 교육대학원장을 맡았고, 건국대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교장도 역임했다. 그런 그가 정년퇴임과 함께 국내에서 10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인천 송도고등학교 교장으로 초빙됐다.

그는 다음달 시작되는 인천 송도고등학교의 교장 취임을 앞두고 향후 4년간 추진할 또 다른 학교현장의 변화를 계획하고 있다. 학교장 공모에서 21대 1의 경쟁을 뚫고 선임된 그는 “입시학원이 아닌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는 학교, 성적 때문에 좌절하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만약 교장을 공개모집하는 이유가 대학 진학률을 높이고, 특히 일류대 진학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라면 지금의 저는 부적격자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외면 할 수 없는 인문계고등학교의 대학진학의 문제는 교과목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을 격려하고 교수-학습지원 체제를 강화 함으로 해결해 나가겠지만, 교육학 교수 출신 교장의 꿈은 송도고등학교 입학자들의 성적 하위 25% 학생들의 담임역할을 할 계획입니다.”

오 교수는 두 번째 도전하는 고등학교의 교장 역할이 과히 낯설지 않다고 말한다. 교직생활 30년 가운데 25년을 건국대에서 교육학을 강의한 오 교수는 교수 시절 여러 보직을 맡으면서도 소수를 위한 ‘수월성 교육’이 아닌 뒤처진 이들도 포용할 수 있는 ‘다양성 교육’에 주안점을 둬왔다. 오랜 동안 대학에서 강의를 해 온 그의 교육학 이론들이 고등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검증을 받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 교육계의 관심사다.

8년 전 건국대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에서의 첫 번째 교장시절, 대학입시 준비에 시달리는 고교생들에게 학교생활의 여유를 찾아주기 위한 90분간의 긴 점심시간을 시작한 것은 당시 서울시내 인문계고등학교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발상이었다. 30분은 점심식사, 60분은 하루 일과 중 학부모나 교사 등 누구로부터도 간섭받지 않는 학생들 개개인만의 시간을 온전히 보장해주고자 하는 취지였다.

성장기 고등학생들의 조이는 불편한 여름 교복을 활동이 간편한 티셔츠형태로 바꾸었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색상을 골라 입을 수 있도록 4가지 색의 티셔츠가 디자인되었기에 건대부고의 여름교복은 ‘유니폼’이 아니라 ‘멀티폼’이라고 불렸다. “학교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등굣길의 풍경도 달라졌고, 1천8백여명의 남녀공학인 건대부고 학생들의 운동장 조회가 있는 날 아침이면 그야말로 코스모스 밭을 연상케 했다”고 말한다. 학교현장에 근본적인 변화의 시작은 가정에서 학교이야길 꺼낼라치면 시큰둥하던 학생들이 부모님이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신나게 이야길 꺼낸다는 점이었다. 학생들의 학교생활이 활기를 찾고 즐거워지면서 건대부고의 이야기가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갔다. 학부모와 지역사회에 학교소식을 전하는 ‘건대부고 소식지’의 창간은 그가 떠난 후 시작된 서울시 고교 선택제가 시행되면서 연거푸 서울지역 최고 지원경쟁률을 기록하는 초석이 되었다.

그가 다시 대학으로 돌아와 교육대학원장의 보직을 맡으면서 몇 가지 획기적인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 괄목할만한 것은 교원양성과 재교육을 목표로 하는 교육대학원의 특성에 맞춰 초중고등학교 교사들 가운데 박사학위를 지닌 일선 교사들을 교육대학원 겸임교수로 채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존 교수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학교현장에 취약한 교수들만의 교육대학원 운영보다는 현장경험이 풍부한 우수한 초중고교 교사들에게 일정비율 강의를 맡김으로서 현장중심의 교육대학원 운영을 시도한 것이다. 교육대학원생들의 4주간 교육실습 역시도 국내 학교들만의 전통적인 틀에서 벗어나 해외에서의 교육실습의 문호를 열어 놓았다. 교직의 국제화 뿐만 아니라 날로 늘어나는 다문화 가정의 학생과 학부모를 이해해야 할 예비교사들에게 외국에서의 교육실습을 통해 미래형 교사를 길러내기 위함이었다. 이를 위해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에 분포한 12개 국가의 학교들과 교육실습협력학교를 체결해 실습생들을 파견했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심했던 1990년대에 ‘일요대학’을 열어 매주 200여명의 외국인 노동자에게 한국어와 한국 역사·문화를 무료로 가르치고 건국대병원의 협조로 무료진료를 제공했다.

이런 교육철학의 배경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대학생활이 자리 잡고 있다. 고향에 어머니를 두고 혼자 상경한 그는 대학시절 등록금을 마련하고자 대학교 정문 앞에서 지나간 입학시험 문제지를 등사지로 밀어 팔았고, 방 한 칸이 없어 밤이 되면 잠자리를 찾아 빈 강의실을 옮겨 다녔다. ROTC 임관을 앞두고 가난 때문에 얻은 병마로 장교 임관에 탈락해 훗날 3년 가까이 사병으로 복무했고, 대학원은 군 제대비 5,000원을 몽땅 털어 입학원서를 사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유학의 꿈을 품고 미국 일리노이대에 합격했지만 비행기 표를 마련할 돈이 없어 ‘홀트아동복지회’를 찾아가 입양되는 아이들을 하와이까지 데려다 주는 조건으로 가까스로 미국 땅을 밟기도 했다. 건국대에서 농업교육을 전공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교육행정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딴 뒤, 일리노이 대학에서 교육정책 평가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 후 플로리다 주립대학교에서 교육 프로그램 평가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건국대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정수재단장학금과 월드비전 장학금을 받아 공부하였고, 미국 일리노이대와 플로리다주립대에서는 조교 장학금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공채를 통해 교육인적자원부 국제교육진흥원장을 역임했으며, 이후 교육인적자원부 정책자문위원회 부위원장, 서울특별시 하이 서울(Hi Seoul) 장학위원장으로 활동했다.

특히 어려운 대학 시절 4년 동안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준 장학금을 어려운 후학들을 위해 이자까지 후하게 붙여 돌려주는 ‘되돌림 장학금’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오 교수는 “학생들 모두 월등한 성적과 명문대 졸업생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한 학교교육보다는 다양성이 존재하고 인정받는 ‘다품종 소량 생산’식의 교육 시스템이 정착돼야 행복한 교육이 확립되고, 이것이 국가경쟁력의 원동력이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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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에서 교장으로…두 번째 도전 오성삼 건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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