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재는 오래, 아주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습니다. ......... 그것은 거리로 뛰쳐나와 그들 자신이 민중으로 존재함을 온전히 자각하고 주장하는 비판적인 군중이 없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권력에 관여하느냐 아니면 복종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시민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하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 본문 중에서
2012년 현재, 오늘도 경제적 고통과 정치적 전횡 앞에 주권 시민으로서의 지위를 박탈당한 열패감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이 현실을 극복하여 주권확보를 이루자며 집단 심리를 자극하는 공허한 메아리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복제되고 있다.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에 대한 확신을 잃고 균형감각을 상실한 사람들이 그어놓은 심리적인 경계선은 여전히 우리사회를 자학적으로 구획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자유·정의·인권 그리고 민주주의는 진부하게까지 느껴진다.
2012년 12월 19일 한국은 향후 5년을 이끌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우리는 4·19, 5·16, 5·18을 관통하여 때로는 환희와 때로는 한숨과 눈물로 점철된 역사적 순간마다 짓누르던 모든 억압으로부터 벗어나 통일한국을 희망했던 과거의 경험을 기억하여, 진정한 자유(정치)를 성취하기 위한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본 도서 ‘자유(Freiheit)’는 동독 출신임에도 모든 정파를 초월하여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독일의 제11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독일의 정신적 통일의 상징이 된 요하임 가우크의 연설을 토대로 한 것이다. 그는 민중이 어떻게 봉기하여 자유를 쟁취하는지를 직접 체험한 민권운동가이자 신학자이다. 그는 뒤틀려버린 역사의 실체에 대한 자신의 통찰을 간명하게 드러내주고, 열정과 참여 정신을 바탕으로 한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과 관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역사적 경험의 지혜를 담아 전해준다.
그가 말하는 ‘자유, 책임, 관용’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자유, 책임, 관용이 오늘날 민주주의를 이끄는 핵심 가치일 뿐만 아니라, 미래 한국 사회가 완성해야 할 ‘정치적·윤리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시민으로서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를 무책임하게 포기하는 것일 뿐 결코 관용이 아니라고 한다. ‘무엇인가에서 벗어나는 자유’에서 ‘무엇을 위한 자유’, ‘무엇을 향한 자유’를 추구함으로써 스스로 책임을 지는 성숙한 자유를 누릴 때, 우리는 권력을 비판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능숙하게 권력을 행사할 줄 아는 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음을 강조한다.
한편 국민의 주권으로부터 나온 권력이 국민에게 총을 겨눌 수 있다는 독일 국민들의 뼈아픈 경험은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역사적 교훈이기도 하다. 국민의 주권에서 나온 권력이 국민을 향해 총을 겨누지 않게 하려면, 주권을 행사하는 국민들은 깨어 있는 시민의 자세로 목적성과 방향성을 가진 책임 있는 자유를 행사해야 한다. 그는 자유와 책임에 대한 깨달음을 성서의 이해로써 표현한다. “신께서 책임을 질 줄 아는 놀라운 능력을 가진 자신의 형상대로 인간을 창조하셨다”고.
끝으로 그는 당부한다. 민주주의는 완전하지는 않다. 그러나 모범적인 성격의 학습 능력을 지닌 시스템이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가 관용을 가지고, 가치를 의식하면서 무엇보다 자유에 대한 사랑으로 발전하기를, 그리고 성숙한 자유란 책임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이 책은 우리사회를 이루고 있는 근본적인 가치와 우리사회의 현재의 모습을 파악함으로써 현실적인 과제로서 우리가 정치에 무엇을 기대하는지, 정치에서 근본으로 삼아야 할 정신이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억압적인 정치적 굴레를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토대로 한 국민 주권을 실현하고자 하는 정치인, 현실 정치를 바꾸어 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이 책의 지은이 :요아힘 가우크(독일 대통령)
1940년 로스토크에서 태어나 구동독에서 신학을 전공한 후 목사로 활동했다. 2003년부터 ‘망각에 맞서기 위한 민주주의’라는 단체의 의장으로 활동하다가 2012년 3월 연방총회에서 제11대 독일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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