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우유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면서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수입산 멸균우유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최근 국산 우유보다 수입 멸균우유가 우수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소비자의 혼란을 야기했지만 실제 멸균우유 소비자의 3명 중 2명은 국산 제품을 선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직까지 수입 멸균우유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로 원산지, 안전성, 유통기한에 대한 우려를 꼽고 있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우유 소비자 5088명을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전체 대상자 중 86%(4356명)는 평소 멸균우유(상온 보관)가 아닌 일반우유(냉장 보관)를 마신다고 응답했다. 이 수치는 신선한 국산 일반우유 선호도가 여전히 높다는 뜻이다. 일반우유를 찾는 이유로는 51.9%가 ‘가공도가 낮아 자연식품에 가깝고 신선해서’를 꼽았다. ‘맛이 좋아서’(51.6%). ‘품질에 믿음이 가서’(22.9%), ‘영양이 풍부해서’(20.1%) 등이 뒤를 이었다.
일반우유를 주로 마시는 소비자의 절반가량은 수입 멸균우유에 대해 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수입 멸균우유를 살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구매 의사가 있다는 응답은 25.6%에 그쳤다.
국산 일반우유 소비자가 수입 멸균우유의 구매를 꺼리는 가장 흔한 이유(복수 응답)는 ‘원유의 원산지가 외산이라서’(37.4%)였다. 다음은 ‘수입 멸균우유의 유통기한이 최장 1년에 달하는 점이 꺼림칙해서’(36%), ‘생산ㆍ유통 도중의 안전성이 미덥지 않아서’(32.3%), ‘첨가물이 들어있을까 봐 걱정돼서’(24.9%) 등의 순이었다.
평소 멸균우유를 마시는 소비자의 비율은 조사한 전체 우유 소비자의 14.4%(732명)였다. 멸균우유도 국산을 섭취한다는 응답률이 외산의 두 배 이상이었다. 국산 멸균우유를 구매하는 소비자도 ‘생산ㆍ유통 도중의 안전성이 미덥지 않아서’(38.9%), ‘우유는 신선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38.2%), ‘원유의 원산지가 외산이라서’(25.5%) 등을 수입 멸균우유와 거리를 두는 이유로 들었다.
수입 멸균우유는 국내에서 95% 이상이 B2B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지만 수입 멸균우유를 마트 등에서 직접 사서 먹을 수 있다고 오인하는 소비자도 많았다.
건국대 동물자원과학과 이홍구 교수는 “국산 우유는 세균수 1A, 체세포 1등급 원유를 사용하고, 원유 검사 부적합률이 0.02%(2021년 상반기 기준)로, 품질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나 “수입 멸균우유는 원유등급이나 안전성을 확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멸균우유의 유통기한도 외산(최장 1년)보다 국산(12주 내외, 신선 일반우유 유통기한 11~14일)이 훨씬 짧다. 그럼에도 국내산 우유와 비교해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수입멸균우유의 판매량은 계속 증가 추세다. 수입량 비율이 가장 높은 폴란드산의 경우 리터당 가격이 1300~1500원 수준으로 국내산 우유에 절반 밖에 안된다. 업계는 국내 우유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를 경우 유통기간이 긴 수입 멸균우유의 수요는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국내 유업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비교·선택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가 적혀있지 않고 원유 등급을 확인하기 쉽지 않다"면서 "국내산 우유는 살균 처리 방법과 체세포수, 세균수를 기록해야 하는 반면, 수입산 멸균우유는 대부분 살균 처리 방법을 표기할 뿐 체세포수와 세균수는 적혀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