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선언'과 '뜨거운 피' 등 한국영화 중 일부가 관객수 조작 의혹이 제기되자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관객 수를 부풀리거나 조작한다는 의혹이 오래전부터 제기되자 경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일부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배급사가 영화 관객수를 부풀려 집계하는 방식으로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영진위는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통합전산망)을 운영하며 영화별 관객 수와 매출액 등 박스오피스를 관리한다. 집계는 멀티플렉스 등 영화사업자가 전산망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영화계에 따르면 경찰은 쇼박스가 배급한 '비상선언', 키다리스튜디오의 '뜨거운 피', '비와 당신의 이야기',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사극 등 모두 4편의 관객수가 조작된 단서를 확보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최근 영진위의 통합전산망 관리 담당자를 참고인으로 불러 박스오피스 운영 방식 등을 조사하고 영진위에 직접 방문해 통합전산망 시스템 운영 방식을 확인하기도 했다.
영화계에서는 흥행을 원하는 배급사가 입장권을 발권하는 멀티플렉스와 짜고 관객수를 부풀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끊임없이 불거져 나왔다. 당장 수사선상에 오른 영화 가운데 지난해 여름 성수기에 개봉한 '비상선언'은 새벽시간대 상영이 수차례 매진되면서 의심이 증폭되기도 했다.
메가박스는 정의당 류호정 의원실에 "내부 시스템 테스트를 위해 심야 영화 프로그램 선정작인 '비상선언'을 해당 배급사에 양해를 구하고 심야에 테스트를 진행했다"며 "테스트 도중 상영 시간표가 일반 관객에게 노출됐다"고 해명했다. 제작비 300억원을 들인 '비상선언'은 손익분기점 500만명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관객수 205만명을 기록하면서 흥행에 참패했다.
영화 관객 수 조작 의혹에 이어 꼼수 관객수 논란도 이어졌다. 마동석 주연의 액션 영화 '범죄도시 3'가 개봉 14일째인 13일 누적 관객 수 800만명을 넘어섰지만 꼼수 개봉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달 31일 개봉이라고 알려졌지만, 이미 27일부터 사흘간 '프리미어 상영'이라는 명목 하에 유료 시사회를 가지면서 50만명의 관객 수를 확보한 상태에서 개봉했다. 개봉하자마자 이미 확보했던 관객 수까지 더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섰지만, 사실상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한 술수로 보여진다.
박스오피스 순위는 영화 흥행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배급사와 영화관 입장에서는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영화 순위는 곧 관객들의 선택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지나친 흥행몰이에 영화 관객 수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영화관을 찾을 관객들의 불신과 외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