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한국생활물류택배서비스협회는 쿠팡의 택배 전문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의 '택배없는날' 동참을 촉구했다.
택배없는날은 택배기사들이 징검다리 연휴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자 2020년 고용노동부 등과 합의해 도입한 제도다. 통상 광복절 휴일을 앞둔 8월 13일 또는 14일로 지정·운영돼왔다.
국내 주요 택배사들은 올해 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정하고 일요일인 13일부터 광복절인 15일까지 사흘 연휴를 보장하고 나섰다.
CJ대한통운과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택배 등 택배대리점 대표자들로 구성된 단체인 한국생활물류택배서비스협회는 지난 14일 "쿠팡CLS는 1년 365일이 택배 없는 날이라는 주장을 펴며 참여하지 않고 있다"며 "특정 업체 불참으로 자칫 제도 취지가 몰각되고 택배업계의 경쟁 질서를 어지럽힐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쿠팡CLS가 다른 택배사 기사들에 대해 휴무가 없고 쉬려면 대체 배송을 위해 본인 비용으로 외부 기사를 투입해야 한다고 폄훼했다고 지적하면서 "쿠팡 기사들은 진정으로 며칠이나 휴무할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협회는 "생활물류서비스법에는 대리점마다 위탁 구역을 지정하도록 명시하고 있다"며 "그러나 쿠팡CLS는 위탁 구역을 지정하지 않거나 범위를 넓혀 복수 대리점 간 경합을 유도하고 기준을 달성하지 못하면 구역을 회수하는 클렌징을 시행하고 있다"면서 쿠팡CLS의 '클렌징'(배송구역 회수) 제도를 저격했다.
이에 대해 쿠팡은 "('택배없는날'은) 원할 때 쉴 수 없는 대기업 택배기사들을 위해 민주노총이 주도해 만든 산업계 유일한 휴무일"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쿠팡친구는 주5일 근무와 함께 연중 130일 쉬고 싶을 때 언제든 쉴 수 있으며, 쿠팡CLS 역시 택배 없는 날이 아니어도 대체 기사 비용 부담 없이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민주노총은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쉴 수 있는 택배 기사의 선택권을 빼앗고 소비자와 판매자, 택배기사 모두의 불편을 초래하는 선동을 멈춰달라"고 비판했다.
지난 11일 CJ대한통운은 쿠팡 저격에 합세했다. CJ대한통운은 "다양한 방식으로 '택배 없는 날'을 응원해주시는 고객에게 감사드린다"면서 "사실을 왜곡하는 프레임으로 택배업계의 자발적 노력을 폄훼하는 일부 업체의 행태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꼬집었다.
그런데 택배 없는 날에 불참해온 쿠팡이 지난 4일 '쿠팡은 1년 365일이 택배 없는 날'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면서 '택배없는날'에 동참하고 있는 기존 택배사들을 자극했다.
쿠팡은 보도자료에서 "쉬고 싶어도 구조적으로 쉴 수 없어 여름휴가를 못 가는 택배기사를 위해 택배 없는 날을 지정했지만, 쿠팡의 택배전문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기존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 택배기사가 365일 언제든 휴가를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택배없는날'을 두고 쿠팡과 CJ대한통운이 정면충돌한 배경을 두고 경쟁업체의 심리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커머스 시장점유율 25%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쿠팡은 로켓배송을 토대로 풀필먼트 서비스(통합 물류 관리)는 물론 택배시장까지 공략하고 있다. 이미 택배시장 점유율도 CJ대한통운에 이어 2위까지 따라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쿠팡은 햇반 등 주요 제품의 납품가를 둘러싸고 CJ제일제당과 갈등 중에 있다. 최근에는 CJ올리브영이 중소 뷰티업체의 납품을 방해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여기에 CJ대한통운까지 쿠팡 저격에 나서면서 CJ그룹과 쿠팡 간의 갈등은 점입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