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인터넷커뮤니티를 통해 서울대학교 24학번 학생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대자보 내용이 회자되면서 많은 이들로 부터 공감을 얻고 있다.
대자보에는 '사복24 김리아'라는 글쓴이가 '계엄이 새삼스러우십니까'라는 제목으로 동덕여대 학생 탄압 등을 계엄에 비유하면서 현 시국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하는 대자보 본문이다.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였습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는 묵살되었으며 무장한 군인이 시민에게 총구를 겨눴습니다. 명백한 폭력의 현장이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피 위에 세워진 민주주의는 유린당했고 우리의 믿음은 배반당했습니다. 우리는 분노하여 거리로 뛰쳐나왔습니다.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오밤중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정말 계엄이 새삼스러우셨습니까? 우리는 무고하고 무결한 시민입니까?
학교의 비민주적 행태에 저항하는 동덕여대 학우들을 폭도로 몰아가는 사회에서
인간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하는 이동권 보장을 위해 시위하는 장애인을 방패로 뭉개는 사회에서
딥페이크를 포함한 젠더 폭력에 분노하여 목소리 낸 여성들을 페미로 낙인 찍는 사회에서
인간다운 노동을 위해 노동을 멈춘 노동자들에게 출근을 종용하는 사회에서
피 흘려 민주주의를 지켜낸 광주의 시민들을 빨갱이라 비난하는 사회에서
그리하여 결국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선택적으로 보장하는 사회에서
계엄 이전 우리는 정말 헌법 정신을 수호하는 민주주의 국가에 살아가던 것이 맞습니까?
지난 밤 분노로 밤을 지새웠을 국회와 모든 동료 시민에게 강력히 촉구합니다.
하나, 여당을 포함한 국회는 민주주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윤석열 대통령을 조속히 탄핵하십시오.
둘, 작금의 사태에 경악한 모두는 머릿속 윤석열을 치우고 지난 날을 돌아보십시오.
계엄이 다른 얼굴을 하고 우리의 일상에 녹아들어 있던 모습을 보십시오.
계엄 이전에 계엄 속에서 살아가고 있던 사람들을 마주하십시오.
셋, 이 소란스러운 나날들이 지나고 민주주의를 지켜냈다고 환호하지 마십시오.
이 혼란이 지나고 ‘민주주의 국가’로 돌아가기만 한다면 많은 것이 달라지겠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한반도 역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투쟁하리라 다짐한 여러분들께 다시 묻겠습니다. 정말 계엄이 새삼스러우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