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3% ‘사용자 지휘명령 받아’ … 83.3% 불법프리랜서 방지법 제정해야
MBC 기상캐스터 괴롭힘 방치 … 프리랜서 괴롭힘 금지법 사각지대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숨진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를 포함해 MBC 기상캐스터들이 속한 보도국 과학기상팀은 팀원 전원이 MBC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프리랜서 신분이었다. 방송분에 따라 건당 수수료를 받았고, 월 급여는 2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MBC를 비롯해 방송사들은 기상캐스터끼리 극한 경쟁을 시켜 강자만 살아남는 프리랜서 고용구조를 만들었다.
MBC는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지 않았고, 고인이 목숨을 끊은 지 5개월이 되도록 진상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제76조의 2, 3)은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에게는 적용되지 않아 대부분의 방송사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도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노조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 27.4%는 구직 과정에서 ‘프리랜서 계약서’를 작성한 경험이 있었는데, 그 중 절반 가까이(44.9%)는 노동법 적용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또 ‘프리랜서 계약서’를 작성한 직장인 2/3(65.3%)가 ‘사용자의 지휘명령을 받으며 일했다’고 응답했다.
이를 직장인 전체로 환산하면 17.9%가 ‘불법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직장인 83.3%는 ‘모든 취업자 근로계약서 작성·4대보험 의무화·사용자 입증책임 부과 법 개정’에 동의했다.
고 오요안나 캐스터의 억울한 죽음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가해자와 MBC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과 함께 불법 프리랜서 계약을 금지시키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해야 한다.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위원장 박성우, 이하 온라인노조)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12월 2일부터 11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구직 과정에서 근로계약서가 아닌 비근로계약서(프리랜서, 업무위탁, 위임, 용역, 도급 등)를 작성한 경험에 대해서 물어본 결과, ‘있다’는 응답이 27.4%로 나타났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비근로계약서 작성 경험이 있는 응답자(n=274)들에게 비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면 최저임금, 4대 보험, 수당, 연차, 퇴직금, 해고,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 노동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대한 인지 여부를 물어본 결과, ‘알고 있었다’는 응답이 55.1%, ‘몰랐다’는 응답이 44.9%로 나타났다.
또 비근로계약서 작성 경험이 있는 응답자(n=274)들에게 사용자로부터 지휘명령을 받으며 일했는지를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2/3(65.3%)가 ‘지휘명령을 받으며 일했다’고 응답했다. 직장인 전체로 계산하면 직장인 17.9%가 비근로계약서를 쓰고 사용자로부터 지휘명령을 받으며 일한 ‘불법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한 경험이 있었다.
‘불법 프리랜서’ 계약을 쓰고 일한 응답자(n=179)들에게 비근로계약서 작성으로 노동법 적용을 받지 못해 발생한 불이익 피해 경험에 대해 물어본 결과, ‘피해를 배상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46.9%, ‘피해를 본 경험이 없다’는 응답은 43.0%, ‘피해를 배상받았다’는 응답이 10.1%였다.
모든 취업자에 대해 근로계약서 작성과 4대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아니라는 입증책임을 부과하는 법 개정에 대해 동의 여부를 물어본 결과 ‘동의한다’는 응답이 83.3%로 높게 나타났다.
MBC는 근로계약 체결 여부와 무관하게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 지난해 5월 17일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건국대가 운영하는 골프장에서 근무하던 캐디 배모씨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서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던 건국대 법인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법인과 캐디 사이에 근로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주의 보호의무 위반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MBC에게 기상캐스터에 대한 ‘안전배려 의무’가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따라서 MBC는 고인과 유족에게 사과하고, MBC에서 일하는 모든 프리랜서 노동자를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를 벌여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MBC는 필수적인 업무를 하고 있는 보도국 기상팀 아나운서와 노동자들을 프리랜서가 아닌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
한국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은 근로기준법 제76조의 2, 3에 명시되어 있어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프리랜서 노동자를 비롯해 도급, 하청,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2019년 채택된 국제노동기구(ILO) 190호 ‘폭력과 괴롭힘 협약’에는 ‘일의 세계’라고 명시되어 있어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된다. 이 협약은 현재 47개국에서 비준했는데, 한국은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한국정부와 여야는 ILO 190호 협약을 비준하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개정해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해야 한다.
'ILO 190호 협약'에 명시된 일의 세계에서 '폭력과 괴롭힘'이란 용어는, 그 발생이 일회적이든 반복적이든, 신체적·정신적·성적 또는 경제적 피해를 목적으로 하거나 그 피해를 초래하거나 또는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용인할 수 없는 일련의 행위나 관행 또는 위협을 의미한다.
이 협약은 노동세계의 노동자와 여타의 사람들을 보호하며, 여기에는 국내법과 관행에 의해서 규정된 피고용자, 계약상 지위에 관계없이 노동하는 사람들, 인턴과 견습생을 포함한 훈련과정에 있는 사람들, 고용이 끝난 노동자, 자원봉사자, 구직자와 구직지원자, 사용자의 권한, 의무, 책임을 행사하는 개인들이 포함된다.
온라인노조 정책팀장 권두섭 변호사는 “‘불법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한 노동자의 상당수는 현재의 판례에 따르더라도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노동자일 가능성이 큽니다. 노동법 적용을 피하려고 프리랜서로 위장된 경우입니다. 근로기준법이든, 노동조합법이든 노동자가 아니라는 증명책임을 사용자가 지도록 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도급, 하청, 특수고용, 플랫폼, 프리랜서 등 그 외형과 이름이 무엇이든 모든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노조할 권리, 부당한 해고와 계약해지로부터 보호, 산업안전보건법, 차별금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남녀고용평등법 등 기본적인 노동법이 적용되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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