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 통폐합 방침을 밝히면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의 향후 역할과 존립 근거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수자원공사와의 사업 중복, 해외 원전 수주 과정에서 불거진 체코 계약 논란, 그리고 대통령의 구조조정 발언이 맞물리며 에너지 산업 전반의 재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수원은 원자력 발전을 주력으로 하지만, 동시에 일부 발전용 댐을 운영해왔다. 그러나 이는 한국수자원공사(수공)의 다목적 댐 사업과 기능이 겹친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발전용 댐의 전력 기여도가 미미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업계에서는 수력 부문을 수공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이 다시 검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수원이 최근 체코 신규 원전 수주 과정에서 미국 웨스팅하우스(WEC)와 체결한 협정은 ‘불평등 계약’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계약에 따르면 한국형 원전 수출 시 원전 1기당 1억7500만 달러의 기술 사용료, 6억5000만 달러 규모의 물품·용역 제공이 포함돼 있다. 또한 WEC 검증 없이는 독자 노형 수출이 불가능하며, 연료 공급권도 WEC에 귀속된다.
이는 “원자력 기술 주권을 스스로 제약했다”는 우려를 불러왔다.
한 전직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사실상 한국이 독자 수출의 길을 스스로 봉쇄한 셈”이라며 “향후 해외 원전 사업에서 주도권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간담회에서 “공공기관 통폐합을 대대적으로 해야 할 것 같다”며 강력한 구조조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기관이 너무 많아 숫자를 세기 힘들다”는 발언은 발전 공기업을 포함한 에너지 공기업 재편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정부 인사도 “한수원이 원전이라는 단일 축에만 의존한다면 글로벌 에너지 전환 흐름 속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현재 한수원의 발전량 중 96% 이상이 원자력에 집중돼 있어, ‘수력+원자력’ 체제 유지 명분은 약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전과 폐로 사업에 한수원이 집중하고, 수력은 수공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분석한다.
동시에 원전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와 분산형 전원까지 균형 있는 확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결국 한수원은 원전 편중 구조와 체코 불평등 계약이라는 이중의 굴레 속에서 존립 근거를 시험받고 있다.
공공기관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한수원을 단순히 통폐합 대상으로만 바라본다면, 이는 에너지 안보와 기술 주권을 위협하는 근시안적 선택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구조조정을 넘어, ▲원전·폐로 전문기관으로서 한수원의 정체성 강화 ▲재생에너지와 분산형 전원으로의 균형 전환 ▲불공정 해외계약 재검토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BEST 뉴스
-
[단독] 환율 미쳤다…미국 공항서 달러당 2100원에 거래 중
미국에서 1달러를 매입하려면 한화를 2000원 이상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만큼 원화 가치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러스트=픽사베이 13일 미국 캘리포니아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LA LAX공항 내부 환전소에서 교민들이 달러를 구입할 ... -
신길5동 지주택, 500억 횡령 의혹…조합원들 “10년 기다렸는데 빚더미”
서울 영등포구 신길5동 지역주택조합(조합장 장세웅)에 또다시 충격적인 의혹이 제기됐다. 신길5동 지역주택조합 시위 현장 사진출처=지역주택조합 SNS 25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가 파견한 공공 변호사와 회계사 실태조사에서 최소 500억 원 규모의 자금 유용 정황... -
올림픽대로 끝자락 ‘스테이지28’ 민간 표지판이 9개나?
서울 강동구 고덕동, 올림픽대로의 끝자락을 달리다 보면 눈에 띄는 표지판이 있다. KB뉴스영상 화면 갈무리 출처=KBS ‘3차로로 진입하세요’라는 안내 바로 옆에 ‘스테이지28 방향’이라는 글씨가 붙어 있다. 분기점에도, 진입로에도, 측도에도 같은 표지판이 반복된다. 세어보니 ... -
[단독] 삼성 갤럭시폰, 이미지 파일로 원격 해킹 가능?
반고흐 미술관의 오디오 가이드 기기로 사용되는 갤럭시 S25+를 사용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갤럭시폰에서 제로데이 보안 취약점(CVE-2025-21043)이 확인됐다. 제로데이 공격은 보안 취약점이 발견되었을 때 그 문제의 존재 자체가 널리 공표되기도 전에 ... -
신원근 진학사 대표, 국감 증인 출석… ‘스타트업 기술탈취’ 의혹 도마에
신원근 진학사 대표가 22대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중소기업 기술탈취 관련 질의를 받게 됐다. 29일 국회에 따르면 신 대표는 오는 10월 14일에 열리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의 국정감사에 출석요구될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신원근 진학사 대표 사진출차=SNS ... -
국가AI전략위, ‘AI정부’ 전환 TF 출범…아토리서치 정재웅 대표 주목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정부 시스템이 마비된 사태 이후, 정부가 근본적 해결책 마련에 나섰다.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위원장 이재명 대통령, 이하 위원회)는 29일 ‘AI 인프라 거버넌스·혁신 TF’ 구성을 공식화했다. 이 TF의 공동 리더로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겸 CA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