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술계를 대표하는 한국미술협회가 수십억 원대 횡령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그간 협회를 둘러싼 각종 비리와 갈등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미술계의 얼굴”로 불리는 단체가 잇따라 잡음에 휘말리면서, 협회의 공신력과 신뢰는 심각한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경찰은 전 이사장 A 씨와 전 직원 14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A 씨 등이 2023년 이후 전시·행사로 발생한 협회 수익 약 50억 원을 자녀 명의 계좌나 별도 법인으로 이체했는지, 그 과정에서 협회 PC 자료를 삭제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A 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데이터 포렌식을 통한 자금 흐름 추적에 나섰다.
협회의 갈등은 이번 사건 이전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 몇 년간 이사장 선거 효력을 둘러싸고 소송전이 이어지며 조직 리더십이 흔들렸다. 당선 무효 소송,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분쟁이 반복되면서 협회의 운영 공백과 내부 분열은 심화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회원들은 “협회가 특정 인물의 사조직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불만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기도 했다.
과거에도 협회 자금 사용을 둘러싼 잡음은 적지 않았다. 일부 지회에서는 회비 사용처 불투명 문제와 감사 부실 논란이 꾸준히 불거졌다. 또 협회가 주관하는 공모전·전시를 둘러싸고 ‘심사 불공정’ ‘특정 인맥 밀어주기’ 논란이 반복되면서 미술계 내부 신뢰를 흔들었다. 일각에서는 협회 운영이 민주적 절차보다 이사장 권한에 과도하게 집중돼, 내부 견제 장치가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 횡령 의혹 역시 이러한 구조적 허점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회원 3만7천 명 규모의 협회가 연루된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 비리를 넘어, 미술계 전체의 신뢰 문제로 번지고 있다. 일부 회원들은 “회비가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집단 행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협회의 공모·전시를 후원해 온 공공기관과 기업 후원자들도 상황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한국미술협회는 반세기 넘게 국내 미술계를 대표해 온 상징적 조직이다. 그러나 최근 드러난 횡령 의혹, PC 데이터 삭제 정황, 과거의 선거 갈등과 회계 불투명 문제까지 겹치면서 “공적 단체의 신뢰 위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수사가 단순한 범죄 혐의 규명에 그치지 않고, 협회 운영의 구조적 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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