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명 중 7명, 월 100만원도 못 버는 자영업자”
국내 자영업의 위기가 통계로 드러났다. 최근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10명 중 7명이 월 100만원조차 벌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소득 0원’으로 신고한 사업장만 100만 곳을 넘어섰다.
자영업이 한국 경제의 절반을 지탱해 온 기반 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경제 생태계 붕괴의 전조라 할 만하다.
2023년 기준 국내 개인사업자는 1,217만 8,914명이다. 그 가운데 105만 곳이 소득이 ‘0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1.7% 증가한 수치다.
또한 연소득 1,200만원, 즉 월 100만원 미만의 사업자는 816만 5,161곳으로 전체의 67%에 달한다.
다시 말해, 3명 중 2명이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소득을 얻고 있다는 뜻이다.
이제 자영업은 ‘자립의 통로’가 아닌 ‘생존의 투쟁’이 되어버렸다. 매출이 나더라도 남는 것이 없다. 임대료, 인건비, 카드 수수료, 배달 플랫폼 중개비 등 고정비가 매출을 갉아먹는다. 소득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소득 구조 자체가 무너진 것이다.
현재의 자영업 구조는 일해도 남는 게 없는 구조다. 배달앱이나 플랫폼 경제의 확산은 새로운 시장을 열었지만, 동시에 비용 부담을 소상공인들에게 전가했다.
매출의 20~30%를 수수료로 지불해야 하고, 임대료와 인건비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매출 3천만원, 순이익 0원’이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일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남는 게 없고, 심지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경우도 많다. 한국 자영업은 과당경쟁·고정비·플랫폼 수수료라는 3중고에 갇혀 있다.
정부는 경기 침체기에 일자리 대책의 일환으로 창업을 장려해 왔다. 그러나 그 결과는 시장의 과포화다.
전국 어디서나 치킨집, 카페, 편의점이 늘어섰고, 이제는 경쟁이 아닌 ‘소모전’이 벌어지고 있다.
실패 확률이 80%를 넘는 구조 속에서 창업은 더 이상 희망이 아니다. 특히, 생계형 자영업자는 폐업 후에도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 재기의 기회를 잃는다.
정부의 창업지원금이 일시적 유입을 늘렸지만, 지속 가능한 생태계로 이어지지 못했다. 창업을 늘리는 정책보다, 지속 가능한 창업으로 전환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자영업은 단순한 개인의 생계수단이 아니라 한국 내수경제의 근간이다. 1,000만 명이 넘는 자영업자의 소득이 줄어들면, 소비가 위축급속히 얼어붙는다.
소비가 줄면 기업 매출이 감소하고,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줄어든다. 결국 자영업자의 몰락은 국가 전체의 경기 하강으로 이어진다.
이 통계는 ‘가난한 자영업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1천만 명 이상이 종사하는 경제 생태계가 집단적으로 한계점에 다다랐음을 알리는 신호다.
내수가 무너지면 수출 대기업조차 버티기 어렵다. 한국 경제는 지금, 자영업의 붕괴를 시작으로 구조적 침체에 진입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재정지원이 아니다. 자영업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첫째, 업종 다변화와 더불어 소상공인 분야에서도 서비스R&D 지원이 시급하다. 동일 업종 과밀을 완화하고, 디지털 서비스나 지역 특화형 산업으로 유도해야 한다.
둘째, 디지털 전환을 통한 비용 절감이 현실화되어야 한다. 무인결제, 스마트오더, 온라인 판로 확대 등 기술 지원이 실질적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도록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셋째, 상권 재편과 지역 중심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지역 수요에 맞춘 창업 유도와 상권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특정 업종·지역 집중을 막아야 한다.
넷째, 창업 이후의 생존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창업지원금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경영 컨설팅·교육·폐업 후 재창업 기회 제공 등 전 생애주기형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자영업의 양극화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상위 1~2%는 고수익을 내지만, 대부분은 생존을 걱정한다. 이제는 ‘얼마나 많이 창업하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를 물어야 한다.
정부의 단기적 재정지원은 응급조치일 뿐이다. 자영업자에게 필요한 것은 생존이 아닌 지속 가능성 중심의 구조 개편이다.
지금의 위기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실패다. 임대료·수수료·경쟁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보조금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자영업은 한국경제의 마지막 내수 버팀목이다. 10명 중 7명이 월 100만원도 벌지 못하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한다면, 이는 자영업자의 위기를 넘어 한국경제 전체의 위기로 번질 것이다.
이제 정부, 지자체, 플랫폼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자영업 생태계 리셋’이 절실히 필요하다.
약력
- 공공정책 연구 경력 21년, 정책분석평가사 1급, 소상공인지도사 1급
- 前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조사연구부 연구위원
- 前 건국대, 남서울대, 한서대, 백석대 등 외래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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