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현 전 코스콤 대표가 말하는 글로벌 복합기업의 전환 전략
1편에서는 김광현 전 코스콤 대표의 리더십과 현장 중심 경영 철학을 다뤘다면, 이번 2편에서는 그가 바라보는 한국형 복합기업의 미래 전략과 산업 구조 변화를 일문일답으로 들어본다.
Q. 최근 산업의 변화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지금의 전환기를 어떻게 보십니까?
A. 지금은 모든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는 시기입니다. 기후 위기, 공급망 재편, ESG, 디지털 전환, 에너지 전환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산업별 경쟁이 아니라, 신뢰와 기술이 결합된 생태계 간 경쟁이 시작된 것이죠.
결국 기업의 경쟁력은 제품이 아니라 신뢰의 구조, 즉 “누가 더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시스템을 갖고 있는가”로 결정될 겁니다.
Q. 삼성물산, 포스코인터내셔널, SK E&S 등도 복합 경영 모델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에너지·식량·플랜트·무역·친환경 전환까지 산업 간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데요. 이런 변화의 흐름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A. ‘복합기업’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 전략입니다. 과거에는 제조·무역·금융이 각각 따로 움직였다면, 이제는 하나의 데이터 체계와 공급망 구조로 통합되어야 합니다.
산업의 성공은 기술력보다 신뢰의 지속성에 달려 있습니다. 거래, 계약, ESG, 자원 확보 모두가 데이터로 연결되고 실시간으로 검증 가능한 기업만이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Q. 금융 IT 업계에서 시작하셨지만, 산업 전반을 보는 시각이 매우 넓습니다. 그런 시각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요?
A. 코스콤에서 배운 건 단순한 IT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디지털 신뢰’를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일이었죠. 금융시장에서는 0.01초의 속도, 1원의 정확성이 곧 신뢰입니다.
말레이시아·베트남·캄보디아 등에서 금융 인프라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현지 제도와 문화를 함께 설계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깨달았죠. 기술은 사람과 제도를 연결하는 언어라는걸요. 결국 혁신은 기술이 아니라 신뢰의 설계에서 시작됩니다.
Q. 한국의 복합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시급하게 준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A. 산업 구조 자체가 바뀌어야 합니다. 단순한 무역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투자형 모델로 가야 합니다.
LNG, 수소, 희토류, 철강, 구리 같은 자원은 이제 단순한 수입 품목이 아니라 ‘산업 주권의 핵심 자산’이 되었습니다.
정부의 외교 네트워크, 기업의 기술력, 금융의 자본이 서로 맞물려 움직이는 삼각 협력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Q. ESG는 여전히 형식적이라는 비판도 많습니다. 실질적 경쟁력이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요?
A. ESG는 말이 아니라 데이터로 증명돼야 합니다.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의 모든 활동을 측정하고 추적해야 합니다.
ESG는 비용이 아니라 자본비용을 줄이는 신뢰의 투자입니다. 즉, ESG는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투자자와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경영 언어가 되어야 합니다.
데이터 기반의 ESG 거버넌스가 구축될 때 기업의 평가와 투자 등급이 함께 높아집니다.
Q. 그렇다면 앞으로 복합기업이 반드시 갖춰야 할 핵심 과제는 무엇일까요?
A. 미래의 복합기업은 단순히 여러 산업을 아우르는 조직이 아닙니다. 산업 생태계를 설계하고, 신뢰로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다섯 가지 핵심 축이 필요합니다.
먼저 에너지 전환 로드맵입니다. 석탄·석유 중심 시대는 저물었습니다. 재생에너지·수소·LNG 전환은 단계적 포트폴리오와 금융 구조가 함께 설계돼야 합니다. 그린본드, 국제협력 펀드 등이 핵심 도구가 될 것입니다.
공급망 가시성 확보도 중요합니다. 원자재 조달부터 최종 고객까지의 흐름이 데이터로 연결돼야 합니다. AI·IoT·블록체인은 단순한 기술이 아닌 신뢰 인프라입니다.
이어 디지털 무역 플랫폼 구축이 필수입니다. 거래·결제·보험·리스크 관리가 모듈화된 개방형 시스템으로 파트너가 ‘플러그인’처럼 쉽게 접속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아가 ESG 데이터 거버넌스를 확립해야 합니다. 탄소배출, 사회공헌, 의사결정 로그 등 모든 기록이 전자문서화돼야 합니다. 이는 선언이 아니라 ‘감사 가능한 신뢰의 구조’입니다.
인재와 조직문화의 혁신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기술과 자본이 아무리 많아도 결국 조직을 움직이는 건 사람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이 혁신의 출발점입니다.
Q. 최근 복합기업 리더십은 ‘속도’보다 ‘신뢰’가 중요한 시대로 바뀌는 듯합니다. 대표님께서는 ‘신뢰의 리더십’을 어떻게 정의하십니까?
A. 신뢰는 위기를 견디는 힘입니다. 위기 속에서도 투명하게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구조가 진짜 경쟁력입니다.
빠른 결단력보다 투명한 과정, 성과 중심보다 사람 중심의 신뢰 경영이 중요합니다. 이제 리더십은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가’보다 ‘얼마나 많은 신뢰를 쌓았는가’로 평가받는 시대입니다.
Q. 말씀을 나눠보며 느낀 점은, 대표님께서 여전히 젊고 에너지가 넘치신다는 것입니다. 그런 활력과 집중력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을까요?
A. 특별한 비결은 없습니다. 꾸준한 운동, 긍정적인 마음가짐, 그리고 원칙에 따른 목표 실천이 전부입니다. 몸을 움직이면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단단해집니다. 하루의 작은 실천이 결국 큰 변화를 만들죠.
젊음은 나이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입니다. 늘 내일을 기대하며 배우고 도전하는 자세와 마음이 저를 움직이게 하고,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잠시 미소를 지었다.
“지구는 둥글고, 기회는 공평합니다. 한 알의 모래에서 우주를 보고, 한 송이 꽃에서 천국을 보는 마음으로 저는 여전히 배우고 있습니다.”
위기와 성찰, 현장과 글로벌 무대를 모두 경험한 그는 기술과 신뢰, 사람과 조직을 잇는 다리였다.
그의 리더십은 단순한 경영이 아니라, 신뢰를 설계하는 예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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