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이용자 피해 확산에도 카카오는 침묵
카카오톡이 최근 진행한 업데이트 이후 해외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대화, 사진, 영상, 파일, 프로필, 친구 목록까지 통째로 사라지는 전면적 데이터 소실 현상이 잇따르며 이용자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이런 사례는 지난 수개월 사이 국내외 커뮤니티, SNS, 해외 사용자 그룹, IT 포럼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으며, 일부 피해자는 “업데이트 후 카카오톡이 강제 재로그인을 요구했고, 다시 들어가 보니 10년치 대화와 사진이 모두 사라졌다”며 심각한 충격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해외 사용자들에게서 피해가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로컬 DB 기반의 구조적 취약성과 해외 네트워크 환경이 결합해 발생한 문제로 분석된다.
다수의 피해 사례는 거의 동일한 흐름을 보인다. 업데이트 이후 앱이 튕기거나 재로그인을 요구하고, 이후 계정이 초기화된 것처럼 보이며 대화와 미디어 파일, 프로필 정보, 친구 목록 등이 전부 비어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일부 사용자들은 단말기·네트워크 환경과 무관하게 동일한 문제가 재현됐다며 단순 기기 오류로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카카오 측에 문의한 해외 이용자들은 “일부 환경에서 동기화 오류가 발생해 보완 중”이라는 원칙적 답변만 받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의 근저에 카카오톡의 데이터 저장 구조가 있다고 지적한다. 카카오톡은 텍스트·미디어·대화 내역 상당 부분을 서버가 아니라 이용자 스마트폰 내부(Local DB)에 저장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업데이트 과정에서 인증 토큰 갱신·동기화 충돌·데이터베이스 손상이 발생하면 전체 데이터가 사라질 위험이 존재한다. 국내보다 통신 지연과 네트워크 불안정이 잦은 해외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이 더 빈번하게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는 업데이트 전 사용자에게 데이터 손실 가능성이나 백업 권고 등을 충분히 안내하지 않았다. 실제로 최근 버전의 업데이트 안내문에는 “버그 수정 및 안정성 개선” 정도의 문구만 기재돼 있었으며, 해외 사용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상황이나 백업 필수 여부에 대한 고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용자는 아무 경고 없이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문제가 발생한 뒤에야 “백업 여부를 확인하라”는 안내를 받게 되는 구조다. 국민 메신저라 불리는 서비스의 특성을 감안하면, 이는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명백한 미흡으로 꼽힌다.
백업 시스템 역시 논란의 핵심이다. 카카오톡은 유료 구독 서비스인 톡서랍 플러스를 통해 사진·영상·파일 등을 백업할 수 있다고 안내하지만,무료 백업 기능은 텍스트 중심이며 미디어 파일은 자동 저장되지 않아, 재로그인·앱 재설치·업데이트 오류로 로컬 DB가 손상되면 복구 방법이 없다. 심지어 톡서랍을 이용 중인 일부 사용자도 백업 파일이 인식되지 않거나 복원에 실패했다는 제보가 나오며 복구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해외 사용자, 고령층, 기술적 이해도가 낮은 이용자는 피해를 복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터넷 포럼과 커뮤니티에는 데이터베이스 추출, 백업파일 강제 인식, 앱 구버전 재설치 등 복잡한 해결 방법이 공유되고 있지만, 이는 전국민·전연령층이 사용하는 필수 서비스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많다.
개인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방식은 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이용자에게 떠넘기는 셈이며, 본질적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 카카오톡이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사회적 인프라임을 고려하면, 이용자가 직접 복구 절차를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는 구조적 보호 체계가 필요하다.
문제는 더 큰 맥락으로 이어진다. 최근 쿠팡에서 발생한 대규모 데이터 해킹 사고가 사회적 충격을 불러왔지만, 카카오톡의 경우에는 외부 공격이 아닌 내부 시스템 업데이트만으로도 개인 데이터가 ‘흔적 없이 증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킹은 원인과 침투 경로라도 남지만, 카카오톡 데이터 소실은 복구 경로조차 없고 책임 소재도 모호하다. 일부 이용자가 “해킹보다 업데이트가 더 무섭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본지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카카오 측에 피해 사례 인지 여부, 기술적 원인, 백업 구조의 한계, 해외 사용자 보호 계획, 업데이트 안정성 검증 과정, 복구 지원 방안 등을 포함한 질의를 여러 차례 전달했으나 기사 마감 시점까지 공식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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