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전략 전환기 진입
다음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기술 박람회 ‘CES 2026’에 국내 기업들의 열기가 예년만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조선·에너지·화학·건설·모빌리티·IT 등 전 산업군이 총출동하며 ‘한국 기업 대전(大展)’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였지만, 내년 행사에서는 주요 그룹들이 전시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참가를 접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대기업들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CES 전시에는 참여하지만, 그동안 상징처럼 여겨졌던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중심의 대형 부스를 대신해 호텔 등 별도 공간을 활용해 파트너사 중심의 ‘프리미엄 프라이빗 전시’ 방식을 강화하고 있다.
SK그룹은 주요 계열사의 현장 전시를 사실상 접고, 필요한 협력 미팅만 최소한으로 진행하는 등 ‘현장 전시 없는 참여’ 기조를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HD현대 등 모빌리티·중공업 분야도 전시 규모를 축소하거나 특정 핵심 기술만 선별적으로 공개하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이 아니라, 글로벌 박람회에 대한 기업들의 ROI(투자 대비 효과) 분석이 더욱 까다로워진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CES는 신기술을 선보이고 글로벌 고객사를 만나는 ‘연중 최대의 기술 시장’이었지만, 최근에는 컴퓨텍스·GTC·MWC 등 분야별 콘퍼런스가 급성장하며 CES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분산됐다.
지정학적 불확실성, 달러 강세에 따른 출장 비용 증가, 그리고 글로벌 기업들이 ‘프라이빗 쇼케이스’ 중심으로 전환하는 흐름도 CES 참가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타트업과 중견기업의 고민도 깊다. 글로벌 네트워킹과 투자 유치 관점에서 CES가 여전히 중요한 무대라는 평가가 있지만, 항공·숙박·부스 설치 비용이 크게 늘면서 참가를 포기하거나 규모를 줄이는 기업이 적지 않다. 일부 스타트업은 현지 파트너를 통한 ‘사전 미팅 중심 출장’ 또는 소규모 쇼케이스 방식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흐름을 단기적 위축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로 본다.
대규모 부스 경쟁 중심의 박람회 시대가 저물고, 기업들 사이에서 ‘목표형·전략형 전시’가 보편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들이 CES보다 자사 콘퍼런스나 비공개 행사에서 핵심 기술을 발표하는 추세가 강해지면서, CES는 산업 전반의 쇼케이스보다는 개별 기업들이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다목적 플랫폼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ES 자체의 의미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혁신 기술을 한자리에 모으는 플랫폼 기능과 글로벌 파트너들의 네트워크가 유지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이 전략을 재조정하는 ‘전환기’에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산업계가 공동관 운영, 해외 바이어 매칭, 사전 네트워킹 프로그램 등 실효적 지원을 강화할 경우 침체 흐름을 완화할 여지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CES 2026에서 ‘한국 기업의 물결’은 예년보다 약해지겠지만, 이는 단순한 후퇴가 아니라 글로벌 전시전략이 전면 재편되는 과정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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