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수료 무료 뒤 시스템 부담 현실화
해외주식 수수료 완전 무료 정책을 앞세워 투자자를 대거 유입시킨 메리츠증권이 최근 5년간 해외주식 전산장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증권사로 집계됐다.
특히 수수료 무료 도입 직후에는 시스템 과부하와 내부 프로그램 오류가 잇따르며 피해 규모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국회와 금융투자업계가 집계한 ‘2020~2025년 해외주식 전산장애 현황’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최근 5년간 상위 10대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전산장애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증권은 2024년 11월 해외주식 수수료 완전 무료 정책을 시행한 뒤 단 한 달 만에 4억 원의 손실, 542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사고가 보고됐다. 단일 사고로도 상당한 규모의 피해가 발생한 셈이다.
올해(2025년) 들어서도 전산장애는 이어졌다. 메리츠증권은 연초부터 10월까지 총 4건의 장애를 겪었고, 피해액은 1억 6533만 원, 피해 고객은 331명으로 집계됐다.
사고 원인을 분류하면 이 가운데 2건은 자체 프로그램 오류로 확인됐다. 외부 요인이나 해외 브로커 장애가 아닌, 내부 시스템 결함이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다.
업계는 수수료 전면 무료 정책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고객 수와 주문량이 시스템 과부하를 불러왔고, 이에 비해 전산 인프라 확충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본다. 실제로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말부터 HTS·MTS 접속 지연과 시세 반영 오류가 반복적으로 발생해 투자자 민원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수수료 경쟁’에만 집중한 채 시스템 안정성 투자를 소홀히 할 경우 어떤 위험이 발생하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특히 해외주식 시장은 미국, 유럽 등 해외 거래소와 브로커 시스템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아, 급격한 트래픽 증가가 국내 증권사의 전산 리스크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주식 거래가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증권사 시스템 안정화 투자가 충분하지 않은 구조적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며 “고객 유치 전략과 전산 인프라 사이의 균형이 무너지면 피해는 결국 투자자에게 돌아온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메리츠증권은 본지에 “해외주식 거래 시스템 개선을 위해 내년까지 2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 중이며, 시세 이중화, 실시간 모니터링 강화, IT 인프라 보강, 장애 대응 체계 개편 및 외부 컨설팅사와 함께 안정화 TF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 사고가 이미 발생한 이후에야 추진된 조치라는 점에서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결국 이번 사태는 공격적 마케팅의 그늘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수수료 무료 혜택으로 투자자를 모으는 것은 쉬웠지만, 이를 뒷받침할 기본 시스템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증권사 간 수수료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시스템 안정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최소한의 신뢰 조건임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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