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구조가 보내는 경고… 지역 상권 고령 자영업자 의존도 뚜렷
한국 사회의 고령화는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인구구조 변화는 이미 지역경제의 기반을 흔들고 있으며, 그 최전선에 자영업이 놓여 있다.
특히 시니어 창업의 증가는 개인의 선택을 넘어 구조적 현상으로 굳어졌다. 은퇴 이후 생계형 창업이 늘어나는 동시에, 지역 상권의 유지 또한 고령 자영업자에 대한 의존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국회미래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전국 자영업자 가운데 60세 이상 비중은 약 35%로 추정된다. 이는 10년 전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문제는 고령 자영업의 집중도가 지역별로 극명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도시와 농어촌 간 격차는 이제 자영업의 지속 가능성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의 60세 이상 자영업자 비중은 약 30% 안팎으로 상대적으로 낮다. 청년·중장년층 유입이 일정 부분 유지되고, 신규 창업도 비교적 활발하기 때문이다.
반면 자영업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구조적 위험은 더 크다. 2024년 기준 인구 대비 자영업자 비율은 경북 16.9%, 전남 16.5%, 전북 15.0%로 나타난 반면, 서울은 8.5%, 인천은 9.6%에 머물렀다. 지방의 자영업 비중이 높다고 해서 지역경제가 활력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고령화율이 높고 인구 감소 속도가 빠른 지역일수록 자영업자 비율이 함께 높아지는 상관관계가 확인된다. 2024년 기준 고령화율과 자영업자 비율의 상관계수는 0.69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더 주목할 대목은 ‘지역소멸위험지수’와의 관계다.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이 지수가 낮을수록 인구 기반이 취약하다는 뜻인데, 같은 해 자영업자 비율과의 상관계수는 -0.75로 나타났다. 지역의 미래 인구 기반이 약할수록 자영업 의존도가 오히려 높아진다는 의미다.
이는 단순한 연령 분포의 문제가 아니다. 소비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고령 자영업자 중심의 상권은 매출 감소, 디지털 대응의 한계, 업종 전환의 어려움이라는 삼중의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이 문을 닫을 경우 지역 상권을 대체할 새로운 주체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시니어 창업이 ‘문제’이면서 동시에 지역을 떠받치는 ‘버팀목’인 이유다.
그러나 현행 창업 정책은 이러한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정책의 초점은 여전히 청년 창업과 혁신 기술 창업에 맞춰져 있고, 시니어 창업은 생계형·저부가가치 창업으로 분류돼 사후 관리나 폐업 지원의 대상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지역 현장에서 시니어 창업자는 소매·음식업을 넘어 돌봄, 생활서비스, 지역 관광, 로컬 유통 등 필수 기능을 수행하는 핵심 경제 주체다.
이제 시니어 창업 정책은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시니어 창업을 지역 유지형 경제활동으로 공식 인정해야 한다. 창업 숫자 확대가 아니라, 지역 주민의 일상과 밀접한 업종을 중심으로 정책적 지원 방향을 재설계해야 한다.
둘째, 지역별 맞춤형 시니어 창업 모델이 요구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도시와 농촌을 동일한 기준으로 묶는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고령 자영업 비중이 40%를 넘는 지역에는 공동 창업, 협동조합형 점포, 공공 연계형 위탁 운영 등 위험을 분산하는 구조가 보다 현실적일 수 있다.
셋째, 시니어 창업 정책은 도시재생·통합돌봄·생활 SOC 정책과 결합돼야 한다. 시니어 창업자를 단순한 자영업자가 아니라 지역 서비스 제공자이자 고용 주체로 연결할 때, 창업은 개인의 생계를 넘어 지역 공동체를 유지하는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인구구조 변화는 되돌릴 수 없다. 그러나 그 변화가 지역 소멸로 이어질지, 새로운 균형으로 전환될지는 정책의 선택에 달려 있다. 시니어 창업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 전략의 중심으로 재배치해야 할 시점이다. 숫자가 보여주는 현실은 이미 충분히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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