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금체불·4대 보험 체납 기업에도 보증 제공…공적 기금 관리 총체적 부실
감사원이 한국무역보험공사(이하 무보)를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감사에서, 수출신용보증과 선박금융, 기업 신용관리 전반에 걸친 중대한 관리 부실과 내부 통제 실패가 확인됐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무보는 핵심 담보 확보 없이 대규모 보증과 대출을 승인하고, 임금체불·4대 보험 체납 기업에도 보증을 제공하는 등 기본적인 리스크 관리조차 소홀히 해 막대한 공적 손실을 초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무보가 2013년 선박 수출과 관련해 해외 수입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담보 검토 없이 핵심 담보를 해제해 주는 등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해당 거래에서 2023년 기준 총 5,900만 달러(약 수백억 원)에 달하는 손실이 확정됐으며, 이에 대해 무보와 수출입은행 모두 ‘주의’ 조치를 받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대출 구조의 핵심이 되는 장기 용선계약과 담보 유지 여부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무보와 수은은 선박 3척에 대해 장기 용선계약 체결을 전제로 대출을 승인했지만, 실제로는 일부 선박의 계약이 지연되거나 불발됐음에도 불구하고 구속력 없는 의향서(LOI)와 지급보증만을 근거로 대출금을 집행했다.
이후 담보 해제까지 이어지면서 원리금 회수가 불가능해졌고, 결국 공적 보증 사고로 귀결됐다.
또 다른 감사 결과에서는 수출신용보증 제한 사유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보증을 남발한 사실도 드러났다.
무보는 임금체불 여부를 단순히 ‘4대 보험 완납 확인서’로만 판단해, 최근 5년간 64개 임금체불 기업에 대해 255억 원 규모의 보증을 제공했다. 이 가운데 23%에 해당하는 15개 기업에서 약 59억 원의 보증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 심각한 문제는 보증 이후의 사후 관리다. 감사원은 무보가 4대 보험 체납 기업에 대해 보증금액 감액 등 필요한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아, 최근 5년간 체납 기업 1,158곳 중 22%에 해당하는 287곳에서 보증사고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위험 신호를 인지하고도 방치한 셈이다.
국내 본사와 해외 지사 간 거래를 ‘수출’로 위장한 대출에 대해서도 보증이 제공된 사실이 확인됐다. 감사원 표본 조사 결과, 본·지사 관계 기업 간 거래 7건에서 총 46억 원 규모의 보증이 부적절하게 발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규정상 보증 제한 대상임에도, 무보는 은행에 본·지사 관계 확인 의무조차 부여하지 않았다.
기관 간 정보 공유 부재도 대형 손실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무보는 유사한 수출신용보증 업무를 수행하는 신용보증기금과 보증 및 사고 이력, 기업 정보 등을 공유하지 않아 약 1,400억 원 상당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감사원은 판단했다.
실제로 무보의 최근 5년 평균 수출신용보증 손해율은 57.9%로, 신보(65%)·기보(29%)와 비교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무보는 국회의 정보 공유 요구에도 불구하고, 2020년 이후 지금까지 신보·기보와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398개 기업에 1,349억 원을 대위변제하는 등 공공재정 손실을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일부 보증사고 기업에 대해서는 추가 보증까지 제공한 사실도 감사 결과 확인됐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를 통해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에게 수출신용보증 심사·재심사 및 사후관리 강화 ,임금체불·4대 보험 체납 기업에 대한 보증 제한 및 회수 강화 ,본·지사 거래 및 포괄매입 악용 기업에 대한 제재 검토 ,신보·기보 등 유관기관과의 정보 공유 체계 구축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공적 기금으로 운영되는 무역보험 제도는 ‘수출 지원’이라는 명분 아래 운영되지만, 이번 감사 결과는 그 이면에서 기본적인 금융 원칙과 내부 통제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결국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과 공공 재정으로 전가된다. 무보가 이번 감사 결과를 계기로 근본적인 구조 개선에 나설지, 아니면 또 하나의 ‘주의 조치’로 끝날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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