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앰네스티 “공개처형 강제 참관·자의적 처벌 만연, 빈곤층에 더 가혹”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 등 외국 콘텐츠를 시청하다 적발될 경우 공개처형까지 당할 수 있으며, 처벌 수위가 재력과 연줄에 따라 갈리는 부패 구조가 만연해 있다는 탈북민 증언이 나왔다. 일부 지역에선 아동·청소년에게 공개처형을 강제로 참관시키는 사례도 있었다는 주장이다.
국제앰네스티는 4일 공개한 자료에서 북한을 탈출한 주민들의 증언을 인용해, 한국 TV 프로그램을 시청하거나 유포했다는 이유로 공개 망신, 장기 노동교화형, 사형까지 선고될 수 있는 가혹한 처벌 체계가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뇌물을 낼 수 없는 빈곤층이 가장 무거운 처벌을 받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앰네스티에 따르면 인터뷰 응답자들은 외국 매체를 금지하는 이른바 ‘문화’ 관련 법 위반 처벌이 명확한 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단속 과정 전반에 부패가 깊게 자리 잡고 있다고 증언했다. 가택 수색과 임의 구금이 수시로 벌어져 상시적 공포 속에 생활했다는 진술도 다수 포함됐다.
사라 브룩스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북한이 한국 TV 프로그램을 봤다는 이유만으로도 생명을 잃을 수 있는 디스토피아적 법을 집행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돈을 낼 수 있는 사람은 처벌을 피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피해가 집중된다”고 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2020년 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근거로 한국 드라마·영화·음악을 ‘사상적 오염물’로 규정하고, 시청·소지 시 5~15년 강제노동형, 대량 유포나 집단 시청의 경우 사형까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USB 등을 통해 외국 콘텐츠가 은밀히 유통되고 있으며, 젊은층을 중심으로 시청이 확산됐다는 증언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탈북민들은 처벌이 사실상 뇌물 액수에 따라 달라졌다고 증언했다. 2019년 탈북한 한 응답자는 “같은 행위로 적발돼도 돈이 있으면 풀려나고, 없으면 교화소로 간다”며 “석방을 위해 집을 팔아 수천~수만 달러를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가족의 연줄로 처벌을 피했지만, 같은 학교 학생들은 뇌물을 내지 못해 수년형을 선고받았다고 전했다.
단속 전담 조직으로 알려진 이른바 ‘109상무’가 영장 없이 가택과 휴대전화를 수색하고, 적발자 가족에게까지 금품을 요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탈북민은 단속 요원이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윗선에 줄 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공포 조성을 위한 공개처형도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일부 응답자는 외국 매체 유포 혐의자의 총살 장면을 수만 명이 모인 자리에서 목격했다고 했고, 중·고등학생 시절 학교 단위로 처형장에 동원됐다는 증언도 포함됐다. 외국 콘텐츠 시청 학생들이 학교에서 수시간 공개 비판을 받는 사례도 있었다고 했다.
국제앰네스티는 북한 당국에 정보 접근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관련 법률 폐지와 함께 사형제 및 공개처형 중단을 촉구했다. 또한 자의적 구금과 신분·재산에 따른 차별적 처벌을 중단하고 공정한 재판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앰네스티는 북한의 정보 접근이 극도로 제한돼 있어 개별 처형 사례와 법 적용 여부를 독립적으로 확인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당국에는 관련 질의서를 보냈으나 현재까지 공식 답변은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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