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중공업·SK해운 손실로 드러난 KC-1 결함… 4,800억 원 국민 부담 위기
한국가스공사(사장 최연혜)가 주도한 한국형 LNG 화물창(KC-1) 기술 개발이 결국 수천억 원대 손해배상 리스크로 귀결되고 있다.
국산 기술 자립이라는 정책적 명분으로 추진된 사업이 설계 결함을 드러내며, 그 후폭풍이 조선·해운업계를 거쳐 국민 부담으로 전가되는 구조가 확인됐다.
법원 1심은 KC-1 화물창에서 발생한 콜드 스팟(cold spot) 현상이 단순 운용 문제가 아니라 설계 단계에서 예견·차단됐어야 할 중대한 하자라고 판단했다.
LNG를 영하 163도 이하의 초저온 상태로 안전하게 유지해야 하는 핵심 설비에서 구조적 결함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기술 신뢰성 자체가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판부는 설계 주도 주체가 한국가스공사라는 점을 명확히 하며 “하자 없는 설계를 제공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가스공사는 삼성중공업에 약 3,000억 원, SK해운에 1,000억 원대 배상 책임을 인정받았고, 추가 판결까지 합치면 총 4,800억 원 안팎의 부담 가능성이 거론된다.
문제는 이 손실이 단순히 기업 간 분쟁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스공사는 공공요금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이다. 즉 이번 기술 실패의 최종 비용은 민간 기업을 거쳐 국민에게 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가스공사는 6,000억 원 이상을 소송 충당부채로 반영한 상태다.
KC-1 사업은 해외 LNG 화물창 기술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목표로 추진됐지만, 실제로는 충분한 실증 운항과 장기 안정성 검증 없이 상용화 단계로 진입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국산화라는 정책 목표가 안전성과 책임성보다 앞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가스공사는 시공사·운영사 책임을 언급하며 부담을 분산하려는 태도를 보여왔지만, 법원 판단은 분명했다. 설계의 출발점과 기술적 결정권을 쥔 주체는 가스공사였고, 그에 따른 법적 책임 역시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사안은 LNG 화물창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공기업이 산업 육성과 기술 국책사업의 선봉을 자처하면서도, 실패했을 때의 책임은 민간과 국민에게 전가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경고에 가깝다.
성과는 정책 치적으로, 실패는 소송과 회계 항목으로 처리되는 관행이 계속된다면 제2의 KC-1 사태는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가스공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항소 전략 이전에 기술 검증 실패 경위 ,의사결정 라인 ,외부 검증 부재 여부 ,재발 방지 대책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논란은 단순한 손해배상 사건을 넘어, 공기업 기술 국책사업 전반에 대한 신뢰 붕괴 사례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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