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이나 11월에 중국 어디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항저우를 꼽을 것이다. 물론 든든한 주머니가 있으면 더 좋겠지만, 뚜벅이 여행이라고 해도 항저우는 그다지 힘들지 않다.
낮에는 자전거로 도시 곳곳을 둘러본다. 밤이면 호숫가 찻집에서 여유를 즐기거나 호숫가를 걸으면서 ‘백사전’ 같은 전설이나 소동파나 백거이를 회상하며 낭만에 빠질 수 있다.
물론 두사람에 관한 지식은 반시간 이야기하기도 힘들테니 그들의 시집 한권쯤은 준비해서 즐겨야 할 것이다.
또 항저우 역사의 수많은 이야기를 담은 ‘송성’이나 시후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극으로 만든 ‘인상서호’ 등을 보면 이 도시가 얼마나 풍부한 이야기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필자는 아쉽게 대부분 여행을 인솔하면서 이곳에 갔지만 그래도 이 도시가 가진 어떤 매력에 계속해서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항저우 시는 저지앙 성의 성도다. 중국 7대 전통 도시 중의 하나로 진시황이 도시로 발전시킨 이후 지금까지 220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남송시대에는 수도의 역할도 했다.
영하로 내려가는 날도 적지만 겨울은 의외로 쌀쌀하다. 또 여름은 습도도 높아 찜통을 방불케 함으로 피하는 게 상책이다. 비단을 소재로 한 직조 기술과 롱징차 등 중국 차의 중요한 고향 가운데 하나다.
항저우는 비교적 공항도 잘 발달해 있다. 샤오산(蕭山)국제공항은 시에서 30km쯤 떨어져 있다. 항저우는 베이징과 항저우 간 운하의 종점이다.
과거 이민족이 주로 지배하던 북방의 수도와 한족이 융성하던 강남의 물자 이동은 무엇보다 중요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육로교통이 활발하지 못했던 당시 운하는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그 중심이 베이징과 항저우를 잇는 운하다. 이제 그 운하는 상당히 기능을 잃었지만 몇 가지 기능을 하고 있는데, 항저우와 쑤저우(蘇州) 및 우시(無錫)를 잇는 운하다.
항저우 여행의 중심은 시후10경(西湖10景)이다. 시후는 크게 쑤티(蘇堤) 방파제를 큰 기점으로 5개의 호수로 나누어진다.
호수는 지앙난(江南) 특유의 모습으로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백낙천이나 소동파는 물론이고, 한자성어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주인공인 월왕 구천과 오왕 부차, 중국 4대 미인의 하나인 서시(西施)의 추억이 있는 곳이다.
항저우 시 서쪽에 자리잡고 있는 시후는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다른 면은 도시와 접한 항저우의 중심이다. 시후의 규모는 남북 길이 3.3km, 동서 길이 2.8km로, 자연과 인공이 결합된 정원 문화의 걸작이다. 서호의 신-구 십경(10景)을 비롯해 갖가지 특색 있는 볼거리들이 있다.
시후 10경으로 부족해 신시후10경(新西湖10景)을 만들어냈다. 윈시주징(云栖竹徑)은 시후 서남 쳰탕지앙(錢塘江) 북쪽 우윈산(五云山) 윈시우(云栖塢)에 있다.
우윈산의 오색구름이 경사진 곳으로 모여서 운하를 이루는 모습을 말한다. 위황페이윈(玉皇飛云)는 시후 남쪽에 자리잡고 있다.
해발 237m 위황산(玉皇山)은 명나라 때 옥황황제에게 제사를 지냈다고 해서 이 이름을 얻었다. 산꼭대기에 올라서면 구름이 아름다워 이런 신10경으로 꼽힌다.
시후 동남에 있는 우산톈펑(吳山天風)은 산에 부는 바람이 아늑해서 명소로 꼽힌다. 완롱구이위는 호수 서남쪽에 있는데 장마철에 비 내리는 모습이 낭만적이어서 명소로 꼽힌다.
레이펑시자오(雷峰夕照)는 ‘백사전’의 공간이기도 한 뢰이펑타에 석양이 서서히 비칠 때 탑의 그림자가 공중을 가로지르고 정자에는 금빛이 비쳐서 이름을 얻었다.
지우시얜쑤(九溪烟樹)는 호수 서쪽에 자리잡고 있으며 1986년 여행지로 개발되어 인공 폭포도 만들어져 있다. 골짜기에 자욱한 안개가 인상적인데, 그 속에 나무들이 있어서 이런 이름을 얻었다.
황룽투추이(黃龍吐翠)은 호수 북쪽 기슭에 자리하고 있는데, 옆에는 역시 신10경인 황롱동(黃龍洞)이 있다. 이곳은 어느 날 갑자기 황룡이 날아와서 땅이 흔들리고 돌이 갈라졌는데, 이곳이 용의 입 같고 맑은 샘물이 솟아 나와서 그런 이름을 가졌다.
바오스류우샤(寶石流霞)는 호수 북면 바오스산 위에 자리잡고 있다. 산에 기이한 돌이 많다. 해가 비치면 색깔이 꼭 비취 같아서 바오스산이라 한다. 특히 아침해가 떠오를 때 혹은 해가 질 무렵에 바오스타(保叔塔)와 자주색 바위는 광채를 품을 정도로 아름답다.
10경에 신10경까지 일일이 돌아볼 필요도 여유도 없겠지만 그곳을 지날 때 이름이라도 알면 새로운 느낌이 들 것이다.
링인스(靈隱寺 영은사)는 항저우의 대표 사찰이다. 시후 서쪽 베이까오펑(北高峰)과 페이라이펑(飛來峰)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다.
동진(東晉)시대에 건립된 후, 명나라 초기에 다시 건축하여 링인스(靈隱寺)라고 이름을 고쳤다. 청나라 강희제가 절 앞에 ‘운림사(云林寺)’란 글을 남겼다.
절 앞 두 개의 돌에 불교 경문이 새겨져 있다. 절 안의 건물로는 톈왕뎬(天王殿), 따슝바오뎬(大雄寶殿), 야오스뎬(藥師殿), 둥시우뎬(東西딕殿), 따베이스(大悲寺), 롄떵거(聯燈閣)와 스님들의 방이 있다.
그중에서 대웅보전, 즉 따슝바오뎬은 거대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인데, 높이 33,6m에 단층 겹친 지붕으로 유명한 고대 건축물 중의 중 하나다.
석가모니 불상은 높이 24.8m, 24쪽의 향나무로 조각하여 만들고 온몸에 금도금을 했다. 여행游1, 2, 4번과 일반버스 7, 807번 등이 간다.
웨먀오(岳廟 악묘)는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중 하나다. 시후 북서쪽 물가에 있는, 중국사에 있어 충신의 대명사라 불리는 악비(岳飛, 1103∼1142)의 묘다.
악비는 여진족에 대항해 남송을 지키려다 전사했다. 대전 안에 높이 4.5m의 악비 좌상이 있고, 대전 밖의 정원에는 악비 부자의 묘가 있다. 최근에는 악비의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도 적지 않게 들린다. 주로 그가 진짜 충신은 아니라는 쪽이다.
글/사진= 조창완 여행 작가, 중국자본시장연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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