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서 만난 소상공인들의 한숨과 비명이 끊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 때는 버티면 끝날 줄 알았는데, 지금은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걷는 기분"이라는 어느 상인의 토로는 오늘날 대한민국 소상공인이 마주한 냉혹한 현실을 대변한다.
통계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이미 1,100조 원을 넘어섰고, 그중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비중이 70%에 육박한다.
고물가와 고금리의 파고 속에 소상공인의 기초 체력은 바닥났고, 이제 정책의 패러다임을 '단기 처방'에서 '구조적 전환'으로 과감히 옮겨야 할 때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금융 안전망의 정교화와 부채의 질적 개선이다. 그간 정부가 투입한 유동성 공급은 급한 불을 끄는 데는 기여했지만, 결과적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을 뒤로 미룬 측면이 크다.
자영업자 가구의 평균 부채는 이미 상용근로자 가구의 두 배를 상회한다. 이제는 빚을 더 내주는 방식이 아니라, '질서 있는 연착륙'이 필요하다.
제2금융권의 7%대 이상 고금리 대출을 4%대 정책 자금으로 갈아타게 하는 대환 대출 프로그램을 파격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또한, 단순히 상환 기한을 연장하는 것을 넘어, '새출발기금'과 같은 채무 조정 프로그램의 대상을 현실화하고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
성실하게 채무를 이행하는 이들에게는 과감한 금리 인센티브를 제공해 재기 의지를 북돋우고, 민간 금융권 역시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소상공인 전용 상생 금융 상품을 마련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
금융이 생존을 위한 호흡기라면, 디지털 전환(DX)은 자생력을 기르는 근육이다. 국내 유통 시장에서 온라인 쇼핑 거래액 비중은 이미 50%를 넘어섰지만, 소상공인의 디지털 기기 활용률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통계상 온라인 판매를 병행하는 소상공인의 매출이 오프라인 전용 매장보다 평균 20~30% 높게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정부의 디지털 지원은 단순히 키오스크나 서빙 로봇 보급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재고 관리, 고객 데이터 분석 기반의 타겟 마케팅 등 '경영의 스마트화'가 핵심이다.
거대 플랫폼의 높은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 배달 앱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소상공인이 독자적인 팬덤을 형성할 수 있도록 '자사몰(D2C)' 구축과 브랜딩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특히 디지털 격차로 소외되는 고령 소상공인을 위해 전국 60여 개 소상공인 지원센터를 활용한 1:1 밀착형 교육 시스템을 상설화하는 세심함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질서 있는 퇴로'와 '재도전의 사다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폐업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한계 상황에 다다른 소상공인이 파산이 아닌 '안전한 폐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폐업 지원금을 현실화해야 한다.
이들이 보유한 숙련된 노하우를 디지털 역량과 결합해 재취업이나 신산업 진입으로 연결하는 '희망리턴패키지'의 고도화 역시 디지털 지원 사업의 연장선상에서 다뤄져야 한다.
소상공인은 우리 경제의 모세혈관이자 700만 명의 삶을 지탱하는 뿌리다. 뿌리가 흔들리면 나무 전체가 쓰러진다. 소상공인의 위기를 방치하는 것은 미래의 사회적 비용을 키우는 일이다.
정부의 정교한 금융 설계와 과감한 디지털 투자, 그리고 우리 사회의 따뜻한 연대가 맞물릴 때 비로소 골목상권에도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골든타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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