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종묘 일대 재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 2023년에도 덕수궁 돌담길 일부를 없애거나 후퇴시키는 방안을 내부 검토했던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도심 재생’이라는 명목 아래 문화재 경계선을 조정하려는 시도가 잇따르면서, 서울의 역사문화 축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서울시는 대법원 판결로 종묘 일대 고층 건축 규제 완화를 확정지었고, 세운4구역 등 도심 재개발 계획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례 완화가 종묘뿐 아니라 덕수궁 등 서울 도심 전역의 역사문화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5월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밖 건축행위 제한 조례’를 삭제해 문화재 주변의 건축물 높이와 경관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이로써 서울시 단독 판단으로도 인허가가 가능해졌으며, 대법원은 11월 6일 “상위법령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세계유산 종묘의 시각적·공간적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냈지만, 법적 판단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시는 “종묘 일대 재개발은 단순한 건축사업이 아니라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새로운 도시축을 만드는 사업”이라며 “경관 심의와 디자인 기준을 통해 주변 조화를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 문화재 훼손 우려는 과도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낙후된 도심을 재생하고 시민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 목표”라며 “서울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 세계적 수준의 역사도시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가 과거 덕수궁 일대에서도 비슷한 시도를 검토한 사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시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울시는 2023년 도심 경관 정비 구상 과정에서 ‘덕수궁 동쪽(세종대로변) 돌담길 일부 개방 또는 후퇴’ 방안을 내부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청광장에서 덕수궁 방면으로 이어지는 구간의 시각 개방성과 보행축 연계를 높이기 위한 취지였지만, 성벽 일부를 조정하는 안이 포함돼 문화재청의 강한 반발을 샀다.
결국 이 구상은 공식 계획으로 발전하지 못했으나, 서울시가 역사적 경계선조차 도시개발의 범주에 포함시키려 했던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시 회의에서 논의된 것은 단순한 개념 검토 수준이었을 뿐, 성벽 훼손이나 철거를 전제로 한 계획은 전혀 없었다”며 “다양한 아이디어 중 하나로 논의됐지만 실행계획으로 발전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문화재청은 “덕수궁 성벽은 일제강점기 이후 복원된 근대 문화유산으로, 역사 경계의 일부를 조정하거나 개방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불가하다”며 “향후 유사한 논의가 있을 경우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종묘 논란과 덕수궁 사례 모두 “서울시의 ‘도심 재생’ 구상이 세계유산 보호 원칙과 어디까지 병행 가능한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라고 지적한다.
한국건축역사학회 관계자는 “도시 재생이 곧 역사 훼손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공공성과 문화유산 보존의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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