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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KT는 과연… 해킹만이 문제일까?

  • 김세민 기자
  • 입력 2025.12.2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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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니텍 매각, 무자본 M&A, 그리고 이사회가 승인한 구조적 리스크

최근 KT를 둘러싼 논란은 겉으로 보면 해킹과 보안 사고에 집중돼 있다. 

 

개인정보 유출과 보안 체계 미흡, 사고 대응 논란이 이어지며 KT의 기술적 관리 책임이 도마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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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지난해 BPF도어(BPFDoor)라는 은닉성이 강한 악성 코드에 서버가 대량 감염된 사실을 자체 파악하고도 당국에 신고하지 않 고 은폐한 것으로 파악됐다. BPF도어는 올해 초 불거진 SKT 해킹 사례에서도 큰 피해를 준 악성 코드다.(사진출처=연합뉴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KT의 문제를 해킹으로만 설명해서는 본질을 놓친다”는 지적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보안 사고는 결과일 뿐, 그 이면에는 이사회가 승인한 자산 정리와 지배구조 판단의 누적된 실패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문제의 핵심에 이니텍이 있다. 이니텍은 한때 금융·보안 IT 분야에서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갖춘 회사였다. 

 

매각 직전 기준 현금성 자산만 약 970억~1,000억 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니텍은 현금 보유액보다 낮은 가격에 시장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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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이니텍 누리집 (오른쪽) 이니텍누리집에 올라온 공지

 

 이니텍은 KT 그룹의 손자회사였고, 매각을 집행한 주체는 KT의 100% 자회사 KT DS였지만, 손자회사 경영권 매각은 단순한 자회사 거래가 아니다. 이는 그룹 차원의 중요 자산 처분으로, 최종 승인 책임은 KT 이사회에 귀속된다.


당시 KT는 김영섭 대표 체제였고, 이사회는 사외이사 다수 구조였다. 사외이사의 역할은 경영진 견제와 주주가치 보호다. 그러나 이사회는 이니텍 매각 과정에서 가격의 적정성, 인수 주체의 자금 조달 방식, 매각 이후 지배구조가 급변할 가능성을 충분히 차단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결정은 결과적으로 이니텍을 외부 투기적 자본이 개입하기 쉬운 구조로 노출시키는 출발점이 됐다.


매각 이후 상황은 빠르게 악화됐다. 이니텍은 KT 체제에서 벗어나자마자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이는 기존 소액주주의 지분 희석으로 이어졌다. 인수 과정에서는 실질적인 자기자본 투입보다 차입과 담보에 의존한 구조가 드러났다.

 

 최근 공시를 종합하면, 인수 주체 측은 오션인더블유를 채권자로 설정해 이니텍 주식 7,924,201주에 질권을 설정했다. 이는 2025년 5월 말 기준 평가액으로 약 772억 원 규모다. 대출 원금은 약 417억 원으로, 담보가 대출의 1.8배 수준에 달한다. 그러나 담보 해제나 질권 말소를 의미하는 공시는 확인되지 않았고, 만기 연장과 정정 공시만 이어졌다.


이 구조는 최대주주 지분 상당 부분이 여전히 담보로 묶여 있음을 의미한다. 상환이 지연되거나 조건이 변경될 경우, 채권자 측의 담보권 행사로 경영권이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담보·차입 중심 인수 방식이 실질 자기자본 투입을 최소화한 ‘무자본 M&A’의 전형적 패턴과 닮아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특히 오션인더블유의 지배 구조를 둘러싸고, 그 최대주주가 원영식 전 초록뱀미디어 회장의 아들이 100% 지분을 보유한 법인으로 알려졌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번 거래의 성격을 둘러싼 의문은 더욱 커졌다.


이 모든 흐름은 KT의 해킹 논란과도 맞닿아 있다. 보안 사고를 단순한 기술적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보안 역량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계열사 구조와 장기적 경영 판단의 누적 결과다. 

 

보안·IT 계열사를 정리한 뒤 책임을 끊고, 이후 발생한 사고를 “기술적 해킹”으로만 설명하는 방식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이사회가 승인한 자산 정리와 지배구조 판단이 보안 역량의 약화와 내부 통제 붕괴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라는 질문이 남는다.


최근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자본시장 공정성 회복과 소액주주 권익 보호, 편법적 지배구조 차단을 핵심 기조로 내세우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주식 담보를 활용한 경영권 인수, SPC를 통한 우회 지배, 반복적인 최대주주 변경 등 과거 회색지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니텍 사례는 이러한 정책 기조가 실제로 어디까지 작동하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가 담보 유지 상태와 경영권 안정성, 자금 조달 구조에 대한 추가 설명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무자본·담보 중심 M&A에 대한 공시 기준과 가이드라인이 한층 강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개별 기업을 넘어, 향후 유사 거래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례가 된다.


결국 이니텍 사태는 사업 실패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 실패의 문제다. 

 

대주주는 책임을 끊고 떠났고, 인수 세력은 최소 자본으로 경영권을 확보했으며, 그 사이에서 남은 것은 불안정한 회사와 소액주주뿐이다. 

해킹은 가장 눈에 띄는 증상일 뿐이다. 

 

이사회가 승인한 자산 정리와 지배구조 판단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면, KT를 둘러싼 논란은 해킹이 사라진 뒤에도 형태를 바꿔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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