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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 10년’ 한샘, 주주환원 뒤에 가려진 구조적 위기

  • 김세민 기자
  • 입력 2025.12.30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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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구업계 1위 한샘이 대규모 자사주 전량 소각이라는 강수를 뒀지만,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주주환원을 내세운 결정과 동시에 10년간 이어진 아파트 시스템가구 입찰 담합 의혹으로 검찰의 강제수사를 받으며, 한샘은 주가·신뢰·지배구조라는 세 갈래 위기에 동시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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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한샘 누리집

 

한샘은 보유 중이던 자사주 약 693만 주(지분 약 29.46%)를 전량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발행주식 수 감소로 주당순이익(EPS)과 주당 가치가 개선되는 구조다. 형식적으로는 모든 주주가 동일한 비율의 이익을 얻는다. 

 

그러나 자사주가 사라지면서 최대주주인 IMM프라이빗에쿼티의 지분율은 별도의 추가 매입 없이 50%를 넘어선다. 주주환원과 동시에 지배력 강화라는 결과가 함께 나타난 셈이다. 시장에서는 “자사주 소각은 공개매수나 추가 인수보다 마찰이 적은 지분 재편 방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자본정책은 사모펀드 체제의 현실과 맞물려 해석된다. IMM PE는 2021년 한샘을 인수했지만,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으로 실적과 주가는 기대에 못 미쳤다. 실적만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엔 시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자사주 소각은 EPS·ROE 등 핵심 지표를 즉각 개선시키며 시장에 ‘주주가치 우선’이라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전문경영인 김유진 대표 입장에서도 실적 반등에 앞서 신뢰 회복을 노린 선택으로 읽힌다. 다만 실질적인 실적 개선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자본정책이 실적 부진을 가리는 수단으로 비칠 수 있다는 부담은 남는다.


문제는 이 시점에 훨씬 무거운 사법 리스크가 겹쳤다는 점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 6월 초 한샘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공정위 고발에 따르면 2012~2022년, 16개 건설사가 발주한 190건의 아파트 시스템가구 입찰에서 한샘을 포함한 4개 업체가 낙찰 예정자와 입찰 가격을 사전에 합의하는 등 조직적 담합을 벌였다. 담합 성공은 167건, 관련 매출액은 약 3,324억 원에 달한다. 주거비와 직결된 시장에서 10년 넘게 경쟁이 형식에 그쳤다는 의미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한샘은 빌트인 특판가구 입찰 담합으로도 총 93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2025년 2월에는 20개 시스템가구 업체 담합 사건으로 183억 원 과징금과 검찰 고발이 이어졌다. 윤리경영 강화와 컴플라이언스 조직 신설을 수차례 선언했지만, 반복 적발과 강제수사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키웠다.


이 여파는 주가에 그대로 반영됐다. 자사주 소각 발표 이후에도 한샘 주가는 단기 반등에 실패하거나 변동성만 확대되는 흐름을 보였다. 

 

담합 의혹에 따른 사법 리스크, 과징금 부담, 평판 훼손 가능성이 주주환원 기대를 상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자사주를 태웠지만, 불확실성은 태우지 못했다”는 말이 회자된다. 담합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주가 방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소액주주 반응도 엇갈린다. 단기적으로는 자사주 소각을 호재로 보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실적 개선 없는 소각은 일시적 효과에 그칠 것”, “사모펀드 엑시트를 돕는 수단 아니냐”는 의구심이 여전하다. 담합 의혹이 사실로 굳어질 경우, 과징금과 형사 책임을 넘어 브랜드 가치와 시장 지위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결국 한샘이 마주한 문제의 핵심은 자사주 소각 그 자체가 아니다. 지배력 강화로 읽히는 자본정책, 누적 1,000억 원대 과징금과 검찰 강제수사, 주가 하락으로 드러난 시장의 불신이 한꺼번에 맞물린 구조적 위기다.

 

시장이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주주가치를 말하기 전에, 공정 경쟁과 윤리경영을 증명할 수 있는가.

 

자사주 소각이 주주친화 정책으로 남을지, ‘PEF식 계산이 반영된 선택’으로 기록될지는 담합 리스크 해소와 실질적 실적 회복이 가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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