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이은 언택트 마케팅 돌풍으로 국산 신조어인 ‘언택트(untact)’가 급속도로 미디어에 파고 들어 대통령 이름보다도 뉴스에 많이 등장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도자료 배포 서비스 뉴스와이어는 자체 개발한 검색엔진을 통해 올해 9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3달간 신문, 방송, 온라인매체, 잡지 등 4900여 언론매체가 보도한 뉴스를 키워드로 분석해 22일 발표했다.

분석 결과, 이 기간 동안 언택트 또는 untact가 등장한 뉴스는 16만6164개로, 대통령 이름 ‘문재인’이 나온 뉴스(16만5076개)를 앞질렀다. 언택트 언급 뉴스는 삼성전자(9만1934건)와 현대자동차(7만3615건)가 등장하는 뉴스를 합친 숫자와 맞먹었다.
언택트는 서울대 트렌드분석센터가 2017년 11월 출간한 ‘트렌드코리아2018’에서 김난도 교수 등 8명의 공저자가 ‘방문하지 않고 물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언택트 기술로 이름 붙인 데서 비롯됐다. 언택트는 접촉하다 뜻의 contact에 반대 접두사 un을 붙인 말이다. 영어권에서는 컨택트의 반대말로, noncontact 또는 contactless를 쓴다.
언택트 단어가 포함된 뉴스 건수는 2018년 1010개, 2019년 1841개였으나, 올 들어 코로나 유행 이후 급증하기 시작해 11월말까지 무려 35만9699개 뉴스에 언택트 단어가 사용됐다. 이는 전년보다 200배나 증가한 수치이다.
언론계에서는 언택트란 단어가 뉴스의 가독성을 떨어뜨리고, 외국인과 의사 소통에도 혼란을 주는 만큼 온라인, 비대면, 비접촉 등 쉬운 말을 쓰자는 자성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삼성언택트코리아펀드’, 우리카드의 ‘카드의 정석 언택트’처럼 상품명에까지 언택트가 붙고, 경기도처럼 ‘경기언택트 비전 및 추진전략’를 발표하는 경우에는 단어를 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뉴스와이어 신동호 대표는 “코로나로 얼어붙은 소비 욕구를 감성적으로 자극하기 위해 대기업들은 물론 공공기관까지 너도나도 ‘언택트 마케팅’에 나서는 것이 언택트 범람의 주원인”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은 언택트 이벤트, 언택트 기술, 언택트 채용, 언택트 관련주, 언택트 교육, 언택트 문화, 언택트 관광지, 언택트 매장, 언택트 올스타, 언택트 소비, 언택트 추석 등 언택트 합성어를 쏟아내고 있다. 언택트 마케팅을 위해 기업이 언론에 배포하는 보도자료도 상당하다. 올해 초부터 11월말까지 기업,기관이 뉴스와이어를 통해 배포한 언택트 관련 보도자료는 498개, 온택트는 63개였다.
웹스터 등 영미권 사전은 untact를 찾아도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네이버 영어사전은 “비대면, 비접촉 (↔contact)”이라고 설명하고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단어라는 언급이 없다. 다음 어학사전도 비슷하다. 이로 인해 실제 이를 영어 단어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언택트가 인기를 끌자 최근에는 변종인 온택트(ontact)도 등장했다. 온택트는 3월 롯데백화점이 ‘코로나가 유행하지만 연락만은 계속하자’며 온택트 캠페인을 하면서 만든 말이다. 온택트는 온라인, 영상통화, 화상대화 등 여러 의미로 쓰이는데, 단어에 대한 정의도 뚜렷하지 않아 헷갈려 하는 사람이 많다.
뉴스와이어는 이번에 언택트 현상을 계기로 한국인이 잘못 사용하는 콩글리시 단어들에 대해 최근 3달 동안 뉴스 등장 빈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뉴스에 가장 많이 등장한 콩글리시는 SNS(31만7276개)였고, 언택트(16만6164개)와 온택트(5만1176개)가 2위와 3위로 뒤를 이었다. 이어서 개그맨(2만7923개), 핸들(8312개), A/S(6187개), 콘센트(4583개), 맨투맨(3488개), 화이팅(2567개)이 뉴스에 많이 쓰였다. 이들 콩글리시의 실제 영어 단어는 소셜미디어, 코미디언, 스티어링휠, 애프터서비스, 아울렛, 원온원, 치어업이다.
언택트와 비슷한 단어인 비대면, 거리두기도 미디어에서 사용량이 급속히 늘고 있다. 뉴스와이어 분석 결과, 최근 3달 동안 비대면을 언급한 뉴스는 71만3912개, 거리두기가 나온 뉴스는 66만3224개로, 언택트보다 4배가량 많았다.
뉴스와이어 신동호 대표는 “언택트는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미디어에 파고든 콩글리시로, 불과 몇 달만에 우리말 융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하지만 이 단어에 대해 비판적인 뉴스와 칼럼을 내보낸 미디어가 적지 않아 토착화될지, 다른 말에 밀려 도태될지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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