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마트 2위인 홈플러스 인수전에 ‘하렉스인포텍’이라는 낯선 이름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3억 원에 불과하고, 직원 수도 20명 남짓한 소규모 비상장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2조8천억 원 규모의 자금 조달 계획을 내세우며 홈플러스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하렉스인포텍(대표 박경양)은 2000년 설립된 중소 IT기업으로, 모바일 결제 서비스 ‘유비페이(UB Pay)’와 AI 기반 상거래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스스로를 ‘사용자 중심 AI 네트워크’ 기업이라 소개하며, 판매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모델을 표방한다. 하지만 회사의 매출 규모와 외형을 고려하면, 이번 인수전 참여는 실질적 인수 가능성보다 ‘화제성 확보’에 더 가까워 보인다.
하렉스인포텍은 미국 투자 자문사를 통해 20억 달러, 약 2조8천억 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비상장 중소기업이 이 정도 규모의 자금을 실제로 확보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특히 금융권 관계자들은 “AI 기술을 내세워 대형마트 인수전에 등장한 건 흥미롭지만, 그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고 증빙이 부족하다”며 “단순한 LOI 제출로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홈플러스 매각은 삼일PwC가 주관하며, 10월 31일 인수의향서 접수를 마감했다. 복수의 기업이 참여했지만, 하렉스인포텍처럼 실질적 재무 능력이 불확실한 기업이 포함되면서 이번 매각 과정이 ‘진정성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홈플러스는 현재 회생절차와 채권단 협의가 동시에 진행 중으로, 실질적 인수 의지를 가진 전략적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매각 자체가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하렉스인포텍의 인수 제안은 ‘AI 유통혁신’이라는 미명 아래 현실적 재무 기반이 결여된 전형적 이벤트성 참여로 보인다”며 “홈플러스의 정상화라는 본질적 문제를 흐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하렉스인포텍은 지난 수년간 유통 플랫폼, 데이터 결제, AI 협업 등 다양한 사업 비전을 내세웠지만 뚜렷한 실적을 증명한 적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하렉스인포텍 측은 “AI 기반 유통혁신을 위한 글로벌 자본 유치를 진행 중이며, 홈플러스의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AI 직거래 플랫폼으로 바꾸는 비전을 검증받기 위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추상적인 비전만 있을 뿐, 투자자 실체와 자금 구조, 실사 준비 등 구체적 근거가 전무하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결국 이번 사건은 “누구나 인수의향서를 낼 수 있다”는 한국형 M&A 시장의 허점을 드러낸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금 증빙이나 최소한의 재무 적격성 검증 없이도 참여가 가능한 절차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하렉스인포텍의 LOI 제출이 ‘AI 혁신’을 향한 새로운 시도인지, 아니면 현실성과 신뢰가 결여된 또 하나의 ‘유통판 이벤트’인지 냉정한 검증이 필요하다. 업계의 관심은 이제 하렉스인포텍이 실제 투자 증빙과 자금 구조를 제시할 수 있을지, 아니면 공허한 선언으로 끝날지에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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