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홀딩스가 최근 서울 종로구 LG광화문빌딩(지상 14층·지하 5층)을 5,120억 원에 매입하면서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사는 “사옥 일원화 및 자산 효율화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가 자회사 상표권 수익 등 내부 현금 흐름에 기반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LX홀딩스의 전체 영업수익 중 절반가량이 자회사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된 상표권료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LX홀딩스는 2023년부터 LX하우시스, LX인터내셔널, LX세미콘, LX판토스 등 주요 계열사에 상표권 사용료를 유상 부과하기 시작했다. 각 계열사는 매출의 약 0.2% 안팎을 본사에 납부하고 있으며, 2024년 기준 LX홀딩스의 전체 영업수익 654억 원 중 약 325억 원(49.7%)이 상표권 수익으로 집계됐다. 지주사 전체 이익의 절반이 실질적인 사업 활동이 아닌 브랜드 사용료에서 발생하는 구조다.
문제는 이 상표권료가 자회사 영업이익이나 실적이 아닌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된다는 점이다. 자회사가 적자를 내거나 수익이 급감해도 동일한 금액을 LX홀딩스에 납부해야 하는 구조로,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도 상표권료가 자동으로 지급되는 고정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지주사는 경기나 실적 악화와 무관하게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반면, 계열사는 매출에 따라 고정비 부담이 발생하는 구조적 불균형을 안게 된다.
LX하우시스는 이러한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23년 매출 3조 5,271억 원, 영업이익 400억 원을 기록했지만 이 중 약 71억 원(영업이익의 17.7%)을 상표권료로 LX홀딩스에 납부했다. 상표권료가 영업이익을 잠식하면서 자회사 수익성은 악화되고, 지주사 수익은 오히려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역전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LX홀딩스는 확보된 상표권 수익을 기반으로 2024년 결산에서 주당 29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구본준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LX홀딩스 지분율은 33.4%로, 이를 기준으로 약 95억 원의 배당금을 수령한 것으로 추정된다. 자회사 매출에서 유입된 상표권료가 결과적으로 오너 일가의 배당 재원으로 전환되는 구조라는 비판이 나온다.

LX홀딩스의 지배구조는 구본준 회장을 정점으로 한 수직 계열 체계다. 주요 계열사에서 납부되는 상표권료는 지주사의 고정 현금창구 역할을 하고 있으며, 구 회장의 아들 구형모 부사장이 최근 지분을 추가 확보하면서 ‘상표권 수익을 기반으로 한 2세 승계 포석’이라는 평가도 제기되고 있다.
본지는 이 문제에 대해 LX하우시스 측에 먼저 사실관계를 문의했으나 “이는 LX홀딩스가 답변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받았다. 이후 LX홀딩스 측에 다시 질의했지만, 회사 관계자는 “별도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혀 구체적인 설명은 듣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LX홀딩스의 수익 절반이 상표권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지주사가 생산적 사업회사보다는 내부 거래 중심의 회사로 변질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이런 구조는 자회사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결국 오너 일가의 안정적 현금 흐름만 보장하는 폐쇄적 수익 구조를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LX홀딩스의 상표권 수익 구조는 단순한 브랜드 라이선스가 아니라 자회사 매출을 기반으로 지주사가 실적과 무관한 수익을 확보하는 내부 순환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익의 절반이 상표권에서 발생하고, 그 자금이 오너 일가의 배당과 자산 확충으로 이어지는 현재의 체계는 기업 내 자금이 상층부로 집중되는 비효율적 지배구조로 귀결된다.
상표권 산정 기준의 투명한 공개와 외부 검증, 지주사의 배당 재원에 대한 감사 강화 없이는 LX홀딩스의 이 같은 수익 체계가 ‘지속 가능한 경영’이 아닌 ‘오너 중심 수익 보전 시스템’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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