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신길5동 지역주택조합(조합장 장세웅)에 또다시 충격적인 의혹이 제기됐다.

25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가 파견한 공공 변호사와 회계사 실태조사에서 최소 500억 원 규모의 자금 유용 정황이 확인된 것이다.
조합이 지출한 업무대행비 350억 원은 조합장 부인의 회사로 흘러갔고, 같은 업무를 다른 업체에도 맡겨 200억 원을 중복으로 지급했으며, 분양대행비 또한 여러 업체에 나눠 150억 원 가까이 지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총회의 의결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집행된 금액만 최소 500억 원에 달했고, 조사단은 횡령 가능성을 지적하며 고발 의견을 냈다. 그러나 장세웅 조합장은 “제보자를 특정해야 답변할 수 있다”며 해명을 거부했다.
이 같은 상황은 이미 불어난 분담금 문제와 맞물려 조합원들의 불만을 극대화하고 있다. 당초 4억~5억 원만 내면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다는 홍보로 시작된 사업은 어느새 분담금이 15억 원 안팎으로 불어나 있었다.
조합원들은 “계약 당시 추가 납입은 없다고 했지만 중도금을 반복적으로 요구받았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일부는 대출까지 받아 납입했으나, 납부가 늦어지면 불입이자까지 내야 했다고 증언했다. 10년 가까이 낸 돈이 허공으로 사라진 듯한 좌절감 속에 조합원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호소했다.
조합은 자금난을 메우기 위해 지난해 6월 7,900억 원 규모의 PF를 체결했다. 키움증권을 주관사로, 하나증권·교보증권·하이투자증권 등이 참여했고 포스코이앤씨가 책임준공을 약속했다.
하지만 고금리 상황이 발목을 잡았다. 연 34% 수준이던 대출 금리는 1213%까지 치솟으며 월 이자만 100억 원에 달하게 됐고, 결국 그 부담은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추가 분담금이라는 형태로 돌아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책임준공 약정이 있다 하더라도 금융 비용이 늘면 조합원들의 부담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갈등의 뿌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조합장이 매달 2천만 원의 급여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공 보수가 아니라 월급이라 사업 지연을 방치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고, 집행부가 호텔에서 송년회를 열었다는 의혹까지 더해지며 불신은 확대됐다. 결국 일부 조합원은 조합을 상대로 탈퇴·환불 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 판결을 받기도 했다.
행정기관의 책임도 피할 수 없다. 영등포구청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한 직원이 오히려 업무에서 배제된 사실이 확인됐을 뿐 아니라, 결국 이 직원은 영등포구 자체를 고발하기까지 했다. 관리·감독의 부실과 내부 제보자 보호 미흡이 드러나면서 견제해야 할 공공기관이 오히려 침묵하거나 제보자를 외면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신길5동 지주택은 처음에는 영등포의 성공 모델로 꼽혔다. 2015년 조합원 모집을 시작해 2021년 조합 창립과 서울시 심의 통과, 2022년 사업계획 승인까지 차근차근 절차를 밟으며 기대를 모았다. 2023년에는 오세훈 시장의 ‘서남권 도시 대개조’ 구상에 포함되며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10년 만에 남은 것은 조합원들의 피로와 분노, 그리고 수백억 원대 비리 의혹이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안으로 지역주택조합 제도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조합장과 가족의 이해충돌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자금 집행 과정을 전면 공개하는 한편 회계감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저렴한 내 집 마련이라는 희망으로 시작한 신길5동 지주택은 지금 분담금 폭탄과 횡령 의혹, 행정 무책임이라는 삼중고 속에 조합원들의 고통만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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