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김영섭 사장이 해킹 사고와 무단 소액결제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의 강한 사퇴 압박에 직면했다. 김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 6개월 남았지만, 연이어 국회 청문회와 국정감사에 소환되면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서는 여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한민수 의원은 “KT가 국가 통신망이라는 이름이 부끄럽다”며 사퇴를 촉구했고, 황정아 의원은 “사임 의사조차 없는 태도는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일부 야당 측은 “잘못은 분명하지만 사퇴까지는 과도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사장이 궁지에 몰린 배경에는 단순한 해킹 사고뿐 아니라 선임 과정의 공정성 문제도 있다. 민주당 이훈기 의원은 “김건희 여사 낙하산” 의혹을 제기했고, 김현 의원은 “KT가 정권의 로비 창구로 전락했다”고 직격했다. 특히 김 사장이 이관섭 전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의 친형과 고교 동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사 배경에 대한 논란은 더욱 커졌다. 국정감사에서는 과거 KT CEO 인선에 관여한 인사들과 국민연금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해, 김 사장의 정통성 문제가 공개적으로 검증될 예정이다.
더 큰 문제는 KT가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적으로 CEO가 정치권 입김에 휘둘려 조기 퇴진했다는 점이다. 황창규 전 회장만이 예외였을 뿐, 대부분 CEO는 정권 변화와 함께 자리에서 밀려났다. 오너가 없는 기업 구조가 정치권 개입을 용이하게 만들고, 이번 사태 역시 같은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을 높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사장은 현재 청문회와 국감 출석에 대부분의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 서초 R&D센터 현장 방문, 청문회, 국정감사 증인 소환 등으로 사실상 해킹 피해 수습보다는 국회 대응에 매몰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국민 신뢰 회복보다 정치 공방에 발목 잡히는 사이 정상적인 경영 활동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김 사장이 조기 사퇴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남은 6개월 동안 KT가 경영 공백과 정치 리스크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보고, 오히려 회사 전체를 위해 ‘정치적 희생양’으로 퇴진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KT는 대한민국 기간통신망을 책임지는 사실상 공기업 성격의 회사다. 하지만 해킹 사고와 낙하산 논란, 정치 외풍이 얽히면서 다시금 ‘정권의 그림자’ 속에 경영이 좌우되는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김영섭 사장이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 아니면 또 한 번의 조기 퇴진 역사가 반복될지, 통신업계와 정치권 모두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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