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사계절'이란 표현이 무색해졌다. 봄과 가을의 특징이 짧아지고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가져온 한반도의 생태계는 서서히 변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바다에서도 생태계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지중해 해역을 비롯한 대서양, 인도-태평양 등 열대 해역에서만 주로 발견되는 ‘붉은흰반점문어(가칭)’를 부산 앞바다에서 발견했다.
지난 3월 18일 부산 앞바다에서 붉은흰반점문어가 현지 어민에 의해 발견됐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이 문어를 확보해 조사한 결과 붉은흰반점문어로 확인됐다. 이 문어는 지금까지 열대 바다에서 볼 수 있는 종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9년 8월 강원도 삼척에서도 아열대성 문어인 ‘갈색망토보라문어(Tremoctopus violaceus Chiaie, 1830)’가 발견됐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연구진이 해당 문어의 형태와 유전자 분석를 한 결과 국내에서는 아직 발견된 적이 없는 미기록 종으로 확인돼 논문에 실기도 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연구진에 따르면 부산 앞바다에서 발견된 붉은흰반점문어는 붉은색 위에 흰색 반점이 고루 분포된 ‘칼리스톡토퍼스 마크로퍼스(Callistoctopus macropus(영문 일반명 white-spotted octopus))’로 국내 처음 보고되는 미기록종이라고 밝혔다.
열대지방의 바다 20m 내외의 얕은 수심에서 서식하는 이 문어는 야행성으로 '나이트 옥토퍼스(night octopus)’로도 불린다. 대부분 밤에 작은 물고기나 갑각류 등을 사냥하고 낮에는 은신처에서 숨어지낸다.
붉은흰반점문어는 외부의 위협을 감지하면 채색 및 무늬가 선명해진다는 점에서 맹독성인 파란선문어(Haplaochlaena fasciata)와 비슷하지만 독이 없고 소형종인 파란선문어보다 5배 이상 크다. 파란선문어는 영문 일반명은 '블루 링드 오토퍼스(blue-ringed octopus)'으로 예전에는 ‘파란고리문어’ 혹은 ‘표범문어’로 불렸으나 2018년 국내 미기록종으로 논문에 보고되면서 ‘파란선문어’로 국명이 통합됐다.
붉은흰반점문어가 속한 '칼리스톡토퍼스' 속은 대부분 열대 해역에 분포하고 전 세계적으로 13종이 보고됐다. 지난 해부터 제주 해역을 비롯한 남동해 인근에서 드물게 발견되는 사례는 있었으나 한반도 해역에서 실체를 직접 확보해 종을 확인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칼리스톡토퍼스' 속은 분류학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집단(complex group)으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연구진은 이번 문어의 DNA 분석을 이용한 분자계통연구결과와 함께 올해 연말 국내 관련 학회지에 논문을 투고하면서 붉은흰반점문어로 종명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김형준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생물분류실장은 “최근 국내 해역에서 갈색망토보라문어를 비롯한 열대성 해양생물의 지속적인 출현은 우리나라 해수온이 상승해 점차 열대성 기후로 변화되고 있다는 증거이며, 향후 우리나라 해역의 기후·환경·생태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수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포획된 붉은흰반점문어 외에도 수년전 부터 열대 해양생물들이 자주 출몰하는 일이 빈번해졌다는 것이 제주도 현지 어민들의 전언이다. 특히 최근 제주 해안에서 자주 발견되는 '입방해파리'는 맹독성이 강해 사람들이 부상을 당하는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바다말벌로 통하는 '작은부레관' 해파리도 제주해안에 몇 해 전부터 출현하는 맹독 생물중 하나다. 이같은 열대성 유해 생물들은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로 치명적인 독을 가지고 있다.
또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관계자는 "국내 연안 아열대화로 인한 생태계 교란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 온난화와 우리 연안의 아열대화의 직 간접 원인 파악도 시급하다. 나아가 우리 어민의 생계와 수산자원 개발 차원에서 높은 수온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는 해양 생물의 품종 개발과 바다 목장화 사업 연구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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