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미래연구원이 발간한 인구통계 브리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임여성 인구는 2023년 약 1,200만 명에서 2039년에는 834만 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약 30% 가까운 급감이다. 모수 자체가 줄어드는 만큼, 합계출산율을 1.0명으로 끌어올린다 해도 2039년 출생아 수는 20만 명대 초반을 넘기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출생아 수 감소의 가장 근본적인 배경에는 혼인 감소와 초산 연령 지연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인구 1,000명당 연간 혼인 건수를 나타내는 조혼인율은 1980년 10.6건에서 2022년 3.7건까지 줄었으며, 2024년 들어 4.4건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이는 코로나19 기간의 혼인 감소에 따른 일시적인 반작용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연구원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현재 결혼 적령기라고 여겨지는 30~34세 여성의 미혼율은 2000년 19.5%에서 2020년 56.4%로 급증했고, 초산 연령도 1993년 26세에서 2023년 33세로 7세 가까이 늦어졌다. 이에 따라 가임여성의 실제 출산 가능 기간은 평균 23년에서 16년으로 줄어들었고, 이는 둘째 자녀 출산에 대한 의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출산율 하락은 단순히 미혼 증가 때문만은 아니다. 혼인 이후에도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가 늘고 있는 점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혼인신고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신혼부부 가운데 자녀가 없는 비율은 2015년 33.3%에서 2023년 43.6%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유배우 출산율 하락이 출생아 수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출산율과 출생아 수가 급감하는 가운데,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기대수명은 83.6세로, 1981년 66.7세에 비해 17세 가까이 증가했고, 건강수명도 2000년 66.6세에서 2021년 72.5세로 늘어나 세계 평균(61.9세)을 10세 이상 웃돌았다.
하지만 일생 전체를 놓고 보면 이 또한 문제다. 첫 취업 연령은 남성 기준 2000년 26.7세에서 2020년 31.0세로, 여성은 23.8세에서 31.0세로 지연된 반면, 주된 일자리에서의 퇴직 연령은 남성 52.2세에서 51.3세, 여성은 48.1세에서 47.7세로 다소 앞당겨졌다. 이에 따라 주된 일자리에서의 노동 생애주기는 줄어들고 있지만, 실질 은퇴 연령은 남성 65.4세, 여성 67.4세로 늘어나 퇴직 이후 비정규·단기 노동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고령층이 늘고 있다.
특히 2022년 기준 퇴직 이후 사망까지의 평균 기간은 남성 7.6년, 여성은 13.1년으로, 노년기에 임금소득 없이 살아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고령 빈곤의 장기화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노년 인구의 증가는 경제 전반에 걸쳐 막대한 부담을 예고하고 있다.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고령 인구(65세 이상)를 뜻하는 ‘노년부양비’는 2025년 29.3에서 2040년 59.1로 2배 증가하고, 2072년에는 104.2로 현재의 3.6배에 이르게 될 전망이다. 이는 OECD 평균(48.3)은 물론, 고령화 최상위 국가인 일본(73.6)을 넘어서는 수치로, 한국은 머지않아 ‘세계 1위 부양 부담국’이 될 것이라는 경고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인구감소 문제는 더 이상 ‘미래의 위험’이 아니라, 지금 당장 대응이 필요한 ‘현실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 전환도 단순히 출산 장려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우선 경제적 불확실성이 출산 기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소득 수준 제고와 일자리 안정을 비롯한 경제 전반의 체질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시에 육아휴직 확대, 보육서비스 개선, 가족수당 도입 등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정책 패키지가 마련돼야 하며, 성평등 인식 개선과 남성의 돌봄 참여를 유도하는 문화적 변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전통적인 혼인·가족 형태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할 수 있도록 제도의 유연성 확보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빠르게 줄어드는 생산연령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재편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는 중장년층 고용 확대를 위한 계속고용제, 맞춤형 일자리 정책은 물론, 경력단절 여성의 노동시장 복귀 지원과 외국인 노동자의 전략적 활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회미래연구원 인구센터는 “출산율을 높이자고 외치기 전에,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부터 마련해야 한다”며 “지금의 선택이 대한민국의 인구와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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