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형두·최수진 의원 “과학기술 인력 유출, 국가 경쟁력에 직격탄”
국내 과학기술계가 이중의 위기에 직면했다. 한쪽에서는 정년을 앞둔 석학들이 연구 환경 한계와 제도적 제약에 밀려 해외로 떠나고, 다른 한쪽에서는 중국이 변종 ‘천인계획’을 내세워 주요 연구기관 교수들을 직접 포섭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구보안 공백과 인재 유출이 겹치면 과학기술 경쟁력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형두 의원(국민의힘)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과학기술 인재 유출은 곧 국가경쟁력의 위기”라며 “정년 문턱에서 해외로 떠나는 석학을 붙잡지 못하면 축적된 연구 노하우와 후학 양성의 기회를 한꺼번에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4대 과학기술원(KAIST·GIST·UNIST·DGIST) 교내 인력 중 해외로 이탈한 인원은 24명에 달한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조사에서도 정회원의 61.5%가 최근 5년 내 해외 연구기관의 영입 제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82.9%가 중국으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최 의원은 “정년 후 연구경로 유연화와 시니어 연구자 대상 대형 R&D 패키지 등 실질적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중국의 노골적인 기술 포섭 시도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같은 위원회 소속 최수진 의원(국민의힘)에 따르면 지난해 KAIST 교수 149명이 중국 정부의 지원을 내세운 ‘글로벌 우수 과학자 초청사업’ 명목의 이메일을 받았다. 이메일에는 연간 200만 위안(약 4억 원)의 급여와 주택·자녀 학자금 지원 등이 제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정보원은 이를 ‘천인계획(Thousand Talents Plan)’의 변종 형태로 파악하고, “해외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중국의 전략적 포섭 공정”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2020년에도 KAIST 교수가 자율주행차 핵심 기술을 중국에 유출하다 적발된 사례가 있었다. 국정원은 “현재도 ‘Foreign Expert Project’, ‘Qiming’, ‘China Talent Innovation Hub’ 등 다양한 이름의 변종 프로그램이 국내 연구자를 노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제도적 대응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KAIST는 모든 교수에게 ‘중국발 인재유치 이메일 주의’ 공문을 발송했지만, 강제 조사권이 없어 교수 개인의 신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악의적 해외 인재 유치 프로그램 참여자에게 연구비 제한 조치와 보조금 수령 이력 공개 의무화를 시행 중이다.
최수진 의원은 “연구보안이 곧 국가보안”이라며 “연구기관이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국가연구개발 혁신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형두 의원 역시 “과학기술 분야는 장기간 연구가 필수임에도 정년으로 인해 석학이 밀려나는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며 “시니어 두뇌 유출은 연구 노하우와 후학 양성 기회 박탈은 물론, 국가 안보와 관련된 민감 기술이 빠져나갈 위험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첨단 전략기술 분야만이라도 정년 제도를 유연하게 개선하고, 연구 인프라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며 “이 두 가지가 병행될 때 비로소 인재 유출을 막고,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연구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요컨대, 한쪽에서는 중국의 기술 포섭이 여전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제도적 한계로 국내 석학들이 정년을 이유로 떠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연구자 보호와 활용을 위한 국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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