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최근 해킹 의심 사태와 무단 소액결제 피해를 계기로 전 고객을 대상으로 유심(USIM) 무상교체를 시작했다.
이번 조치는 “고객 정보 보호와 신뢰 회복”을 위한 결정이라는 게 KT의 설명이지만, 현장에서는 절차 혼선과 인지도 부족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비슷한 사태를 겪었던 SK텔레콤은 과거 위약금 면제 검토까지 진행한 바 있어 두 회사의 대응 차이가 주목된다.
KT는 불법 초소형 기지국(펨토셀)을 통해 가입자식별정보(IMSI)와 단말기식별번호(IMEI) 등이 외부로 유출된 정황이 확인된 뒤, 약 2만2000명의 고객 정보가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고 360여 명이 무단 소액결제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KT는 11월 5일부터 홈페이지 예약을 통해 유심 무상교체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초기에는 서울·경기·인천 지역을 중심으로 시작해 오는 12월 초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업계는 이번 조치에 소요되는 비용을 약 1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발표 이후 현장에서는 혼란이 컸다. 대리점마다 “예약이 필요하다”, “현장 교체 가능하다”는 안내가 제각각이었고, 매장 직원조차 구체적인 지침을 전달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안내문이나 홍보물조차 부족해 많은 고객이 교체 사실을 몰랐으며, “보안을 위해 교체한다지만 무엇이 바뀌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실제로 교체 첫날 대리점 분위기는 한산했다.
문제는 ‘위약금 면제’다. KT는 이번 유심 무상교체 조치에서 위약금 면제 여부를 논의하지 않았다. 이사회 안건에 포함되지 않았고, 민관 합동조사 결과를 본 뒤 추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SK텔레콤은 과거 유심 정보 유출 사태 때 회사 귀책사유를 인정할 가능성을 열어두며 위약금 면제를 검토했다. 다만, 실제 적용은 제한적이었고 절차가 불분명해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KT는 아직 회사 귀책을 공식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약금 면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보안사고 원인이 유심 자체가 아니라 통신망 장비(펨토셀)에 있음에도 유심 전면 교체로 대응하는 것이 과잉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알뜰폰 이용자 포함 여부나 신청 절차가 불명확해 “누가, 언제, 어떻게 바꾸는지”조차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교체는 무료지만, 기기 할부금이나 결합상품 해지비용 등은 여전히 남기 때문에 실질적 혜택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많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본질이 단순한 유심 문제가 아니라 보안 인프라와 통신망 구조의 취약성에 있다고 지적한다. 정보보호 전문가 김태현 박사는 “유심 교체는 상징적인 조치일 뿐, 펨토셀 보안 검증과 인증체계 개선 없이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 역시 “SKT 사태 때처럼 실질적인 피해보상과 위약금 면제, 피해자 전용 상담 시스템 구축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KT의 이번 조치는 통신업계 최초로 ‘전 고객 유심 교체’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그러나 “왜 바꾸는지”, “보상이 있는지”, “어떻게 신청하는지”를 명확히 알지 못하는 고객이 여전히 많고, 위약금 면제나 보상 기준도 확정되지 않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SK텔레콤의 선례가 보여주듯, 단순한 교체나 홍보성 조치로는 고객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KT가 향후 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명확한 보상 기준과 절차를 제시할 수 있을지가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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