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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식품이 드러낸 자사주 규제의 허점

  • 김세민 기자
  • 입력 2025.11.3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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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B 막히자 1천억 블록딜로 우회…기업은 이익, 투자자는?
  • 공시 사각지대 방치하면 ‘직접 매각’ 풍선효과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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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삼양식품 홈페이지 갈무리

 

금감원의 자사주 교환사채(EB) 규제 강화가 예상치 못한 풍선효과를 만들고 있다. EB 발행 공시를 까다롭게 하자, 기업들이 이번엔 ‘직접 매각’이라는 더 쉬운 통로로 몰리며 자사주 매물이 시장에 쏟아지는 현상이 급증한 것이다.

 

 최근 1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전량 블록딜로 처분한 삼양식품이 그 대표 사례로 지목된다. 규제의 틈새를 이용해 자사주를 현금화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정보 공시는 허술해 투자자 피해만 커지는 구조라는 비판이 거세다.


실제 EB 공시 강화 이후 EB 발행은 급감했다. 금감원이 10월 공시 서식을 손질하며 발행 배경·지배구조 영향·자금 사용계획 등을 촘촘히 공개하도록 하자 기업들도 한발 물러섰다. 반대로 직접 매각은 폭증했다. 

 

지난달 21일 EB 공시 강화를 발표한 시점 이후 한 달 새 2천300억 원 넘는 자사주가 시장으로 쏟아졌고, 11월 들어서만 약 1천419억 원어치가 직접 처분 방식으로 팔렸다. EB는 규제가 강화됐지만, 직접 매각은 공시 범위가 협소해 기업들이 규제를 회피하는 통로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양식품 사례는 이런 풍선효과의 전형으로 꼽힌다. 삼양식품은 지난 19일 자사주 약 994억 원어치를 전량 블록딜로 처분했다. 회사는 “해외 설비 투자 재원 확보”라고 설명했지만 실제 자싱 공장 증액 규모는 계획 대비 58억 원 증가에 그쳤다. 

 

현금성 자산이 3천억 원 넘게 쌓여 있는 우량 기업이 58억 원을 더 투자하기 위해 굳이 1천억 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그것도 주가 하락을 감수하며 급히 팔아야 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취득가(약 68억 원) 대비 매각 차익은 930억 원에 달하며, 이는 사실상 회사와 특정 매도 상대에게 유리한 구조라는 비판도 따른다.


매각 대상 역시 논란이다. 삼양식품은 자사주를 장기 투자자가 아닌 점프 트레이딩 등 초단타 매매 세력(HFT)에 넘겼다. 이는 기존 주주가치 제고와는 거리가 멀고, 단기 차익 실현을 노리는 기관에게만 유리한 거래라는 평가가 나온다. 

 

더구나 이번 매각 시점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가 국회에서 급물살을 타는 시점과 맞물린다. 제도 변화로 자사주 활용 폭이 좁아지기 전에 회사가 미리 현금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EB와 직접 매각은 실질적으로 기존 주주에 미치는 영향이 동일하다고 지적한다. 자사주가 시장으로 풀리면 유통주식 수 증가, 지배구조 변화, 주가 변동성 확대 등 주주가치 희석은 동일하게 나타난다. 그럼에도 규제는 EB에만 집중돼 있어, 기업들은 규제 부담이 낮은 직접 매각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금감원도 문제 인식을 밝히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직접 처분 역시 투자자 불만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여러 형태의 자사주 처분에 대한 공시 강화 필요성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EB 규제만 강화한 현재 구조에서는 자사주 활용 방식이 ‘규제가 약한 곳’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를 막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EB 발행이든 블록딜이든 결국 피해는 일반 투자자에게 돌아간다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제도 공백을 이용한 자사주 ‘탈출구 찾기’가 계속된다면, 시장에서는 자사주가 더 이상 주주가치 제고 수단이 아니라 기업의 단기 현금창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EB 공시 강화, 직접 매각 공시 의무 확대 등 제도들이 조각난 채로 존재하는 지금이야말로, 자사주를 둘러싼 규제를 ‘실질 기준’ 위에서 일관되게 정비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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