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보조배터리를 둘러싼 안전 논란이 제품 자체를 넘어 국내 유통 구조와 책임 체계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18일 본지가 단독 보도한 '[단독] 충전도 안 했는데… “펑” 폭발 샤오미 보조배터리' 관련 화재·폭발 가능성이 제기된 제품에 대해 국내 법인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해당 제품은 현재도 국내 온라인 플랫폼에서 ‘인증 제품’으로 판매·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선 보도 이후 제보자를 통해 확인한 답변에 따르면, 샤오미 코리아는 문제의 보조배터리(P05ZM)와 관련해 “국내 정식 유통 제품이 아니므로 한국 법인은 책임이 없으며, 중국 측에 문의하라”는 취지의 입장을 전달했다. 국내 법인은 안전 사고 접수나 원인 조사, 본사 이관 등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취재 결과, 해당 제품은 현재도 국내 주요 온라인 마켓에서 버젓이 유통·노출되고 있다.
G마켓과 11번가에서는 ‘샤오미 P05ZM’이라는 모델명으로 상품이 검색되며, 일부 판매 페이지에는 가격·구매 버튼·국내 배송 옵션까지 함께 표시돼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반적인 국내 유통 제품으로 인식하기 쉬운 구조다.
쿠팡에서도 동일 모델의 상품 페이지가 유지되고 있다. 현재는 ‘품절’로 표시돼 있지만, 상품 정보와 리뷰는 그대로 남아 있어 재입고 시 별도의 경고나 검증 없이 재판매가 가능한 상태다.
문제 제기 이후에도 플랫폼 차원의 판매 차단이나 주의 문구는 확인되지 않았다.
더 큰 혼란을 키우는 대목은, 일부 판매 페이지에서 ‘인증 받은 제품’ ‘안전확인’ ‘KC 인증’ 등의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증 주체와 범위가 명확히 설명되지 않더라도, 해당 문구만으로 소비자는 제품이 국내 안전 기준을 충족한 정식 유통 제품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하지만 사고가 제기되자 제조사 국내 법인은 “직구 제품”을 이유로 책임에서 빠졌다.
결국 판매 단계에서는 ‘샤오미 배터리’로 팔리고, 사고가 나면 ‘한국은 책임 없다’며 중국으로 떠넘겨지는 구조가 드러난 셈이다.
인증을 받았다고 홍보되는 제품이 국내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음에도, 국내 법인은 안전 사고 대응의 주체가 아니라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KC 인증은 국내에 전기·전자제품을 수입·판매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로, 제도 운영은 국가기술표준원이 총괄한다.
다만 KC 인증의 법적 성격은 사전 안전 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인증이 있다고 해서 모든 사고 가능성이 배제되거나, 사고 발생 시 제조사나 브랜드의 책임이 자동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 제도가 직구·병행수입 환경에서는 책임을 연결하는 장치로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KC 인증의 1차 책임은 인증을 신청한 제조사 또는 수입자에게 귀속된다.
그러나 실제 유통 과정에서는 인증 주체가 영세하거나 이미 폐업한 경우도 적지 않고, 이 경우 사고 발생 시 소비자가 책임을 물을 실질적인 창구를 찾기 어려워진다.
샤오미 보조배터리 사례는 특정 브랜드의 문제를 넘어, 국내에서 팔리는 제품에 대해 국내에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구조, 그리고 안전 인증과 유통·사고 대응이 분절된 규제 구도를 드러낸다.
인증은 판매의 근거로 활용되지만, 사고 발생 시 소비자를 보호하는 책임 체계로는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는 평가다.
폭발 제보가 나온 제품이 여전히 ‘인증 제품’으로 판매되는 현실은, 현행 제도가 소비자 안전을 어디까지 담보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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