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의회 항공료 집행 의혹, 책임은 왜 늘 아래로 향했나
경기도의회 국외출장 항공료 집행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던 경기도의회 소속 공무원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사건은 단순한 비용 부정 논란을 넘어 지방의회 행정 구조 전반에 대한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문제의 출발점은 2023년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회 공무국외출장이다.
해당 출장 이후 항공료와 여비 집행 과정에서 실제 이용 내역과 다른 금액이 지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후 감사와 수사로 이어졌다.
사망한 공무원 A씨는 당시 8급 서무 주무관으로, 내부 자료와 증언에 따르면 출장 기획이나 항공권 등급을 결정하는 위치가 아닌 지출 행정 담당 실무자였다. 출장 국가와 일정, 항공권 등급, 숙소 기준 등은 상급 결재 라인과 출장 기획 단계에서 이미 결정됐다는 설명이 내부에서 공통적으로 나온다.
익명 커뮤니티와 내부 게시글에는 보다 구체적인 정황이 담겨 있다.
게시글에 따르면 의원들의 국외출장은 통상 월 10만 원씩 적립한 예산으로 운영됐지만, 북유럽·이탈리아·스위스 등 고비용 출장과 숙소·객실 기준에 대한 요구가 겹치며 예산은 구조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비즈니스석 기준으로 영수증을 발급한 뒤 실제로는 이코노미석을 이용해 차액을 다른 경비로 전용하는 방식이 반복돼 왔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내부에서는 이를 특정 개인의 범법 행위가 아니라 묵인돼 온 관행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A씨 역시 이러한 구조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채 상급자 지시에 따라 제출된 영수증을 행정적으로 처리했을 뿐이라는 취지의 주장이 이어진다.
2025년 국민권익위원회의 국외출장 전수조사 이후 수사는 본격화됐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수사 대상이 지출 담당 실무자 위주로 구성됐다는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익명 커뮤니티와 내부 증언에 따르면 출장 기획과 결정을 맡았던 도의원과 팀장·과장, 기획 담당자는 수사선에서 제외됐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이로 인해 내부에서는 “결정은 위에서 했는데, 책임은 아래로 떨어졌다”는 비판이 반복된다.
조사 과정에서 직원 보호 장치의 부재도 문제로 지적된다. 내부 주장에 따르면 의원들은 별도 조례에 따라 업무 외 소송까지 지원받을 수 있지만, 조사 대상이 된 직원들에게는 변호사 연결이나 체계적인 법률·심리 지원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다.
A씨 사망 이후에도 내부 부고 공지나 사건 경위에 대한 공식 설명이 없었다는 주장과 함께, “2차 피해 방지”를 이유로 내부 게시판이나 커뮤니티에서 글 게시와 질의·답변을 자제하도록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블라인드 등 내부자 커뮤니티에서는 “실무자가 항공권 등급을 결정할 권한이 있었겠느냐”, “문제가 되면 항상 지출 담당자만 남는다”,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다음은 또 다른 실무자”라는 반응이 반복된다. 이는 이번 사안을 개인의 비위가 아닌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는 내부 시각을 보여준다.
본지는 항공권 등급 결정 주체, 비용 처리 관행 여부, 수사 대상 선정 기준, 직원 보호 조치, 그리고 ‘2차 피해 방지’를 이유로 내부 발언을 제한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해 경기도의회에 공식 질의서를 전달했다. 그러나 경기도의회 측의 답변은 없었다.
이번 사건은 한 공무원의 사망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항공권 등급과 출장 규모는 누가 결정했는지, 관행으로 이어진 집행 방식은 누구의 묵인 아래 유지됐는지, 왜 책임은 가장 낮은 직급에 집중됐는지, 사망 이후 조직은 무엇을 바꾸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남아 있다.
사망은 결과였고, 문제는 그 이전의 구조다.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면 같은 구조는 유지되고, 같은 역할의 누군가가 다시 책임을 떠안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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