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역법 301·232·338조 등 우회 카드 거론…“법적 분쟁 재연” 우려
미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 부과를 위법으로 판단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정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른바 ‘플랜B’를 가동해 유사한 수준의 관세를 계속 징수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대법원 결정을 앞두고 공개 연설에서 “전체 세수 측면에서 대략 같은 수준으로 관세를 계속 징수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대법원이 IEEPA를 근거로 한 관세를 차단하더라도, 다른 법적 수단을 통해 사실상 동일한 관세 구조를 재구성할 수 있다는 취지다.
행정부가 검토 중인 대안으로는 무역법 301조와 122조,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법 338조 등이 거론된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에 불공정하거나 차별적인 무역 관행을 취하는 국가를 상대로 일정한 통지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관세 등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대중(對中) 관세 부과의 근거로 활용했던 조항이다.
무역법 122조는 미국의 심각한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최대 15%의 관세를 150일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단기적 조치로 시간을 벌 수 있는 카드로 평가된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 등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대통령에게 권한을 부여한다. 철강·알루미늄 관세의 법적 근거로 사용된 바 있다.
관세법 338조 역시 대체 수단으로 언급된다. 이 조항은 미국을 부당하게 차별하는 국가에 대해 최대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다. 다만 과거 행정부에서 실제로 적용된 전례는 거의 없다.
문제는 이들 조항을 활용하더라도 조사·보고·공청회 등 절차에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무역적자 심화 시 150일간 한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조항으로 ‘시간을 번 뒤’ 다른 근거로 장기 관세를 유지하는 단계적 전략을 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어떤 우회로를 택하더라도 또 다른 법적 분쟁에 휘말릴 소지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워싱턴DC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관세법 338조 활용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이전 행정부가 사용한 적이 없는 조항으로, 적용할 경우 거의 확실하게 법적 다툼이 뒤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법원 판결로 상호관세의 법적 기반이 흔들렸지만, 행정부가 새로운 법적 근거를 동원해 관세 정책을 이어갈 경우 글로벌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다시 한 번 ‘미국 변수’를 고려한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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