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만나는 중국의 느낌은 계절을 떠나서 황량하다는 것이다. 설혹 식물이 무성한 여름이라고 해도 중국 전역은 너무 황량하다.

하지만 중국의 여러 지방 가운데 쓰촨의 공중 풍경은 나에게 그런 느낌이 아니라 아주 신비한 느낌으로 와 닿았다. 상당수의 날들은 밑을 볼 수 없다. 하지만 간간이 그런 안개 위로 하얀 설산이라는 모자를 쓴 푸른 빛의 산들이 적지 않다.
구름 속에 떠 있는 이런 산들을 보노라면 문득 그 자리에서 내리고 싶은 욕망이 솟아나곤 한다. 신선들이 살 것 같은 그런 곳이 쓰촨이다.
실제로도 쓰촨은 여행자들에게 천국과 같은 곳이다. 우선 날씨가 좋고, 음식이 좋고, 온갖 경치가 풍성하기 때문이다. 중국 4대 요리에 포함되는 쓰촨은 풍부한 물자를 바탕으로 음식 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특히 대부분의 음식에는 매운 고추가 들어가고 향차이(香菜)라는 강한 향의 원료를 쓰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가운데 하나다.
쓰촨음식의 진수를 맛보고 싶다면 탄스관푸차이(潭氏官府菜)에 가보는 게 좋다. 이미 전국에 체인망이 있어서 타 지역에서도 이 음식점의 맛을 볼 수 있지만 원조집이 바로 이곳이다.
배낭여행자들이 많이 묵는 지아통빈관에서 강을 따라 민산판디엔방향으로 400m쯤 오다가 만나는 인항추안추이지우루(銀杏川菜酒樓)도 정통 쓰촨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그밖에도 쓰촨요리로 널리 알려진 마파두부의 원조집이나 쓰촨요리의 대표주자 중 하나인 훠궈(火鍋)는 황청라오마를 비롯해 많은 곳이 유명한데 어디를 가도 나름대로 실망하지 않는다. 단, 너무 매우므로 다음날 아침에 화장실에 가서 고생을 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날씨가 좋다는 것은 상대적이다. 청두의 겨울은 해를 보기가 힘들 만큼 안개로 덮여 있다.
다행히 기온은 낮지 않기 때문에 여행이 힘들지는 않다. 오죽했으면 '청두 개는 해를 보면 짓는다'는 말이 있을까. 하지만 안개 속 같은 풍경을 여행해도 이곳 여행이 풍성한 것은 경치를 넘어서는 풍성한 맛과 인문 자원이 있기 때문이다.
겨울을 제외한 다른 계절은 각기 다른 꽃들이 피어나고 갖가지 풍성한 축제와 문화를 갖고 있다. 예로부터 중국에서도 가장 살기 좋은 고장 중에 하나여서 청두는 천부(天府 하늘마을)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쓰촨(四川)은 무척이나 선명한 뜻을 가진 지명처럼 ‘네 개의 내(川)’를 가진 도시다. 서쪽에서 진사지앙, 야롱지앙, 따두허, 민지앙의 거대한 물 줄기가 이 땅을 흐르고 있다. 모두 만년설산에서 발원한 물 줄기로 창지앙의 가장 중요한 상류 하천이다.
중국 현대사에 익숙한 이들이 강 이름을 들으면 금방 대장정(大長征)을 생각해 낼 것이다. 진사지앙이나 따두허는 장정군이 꼭 건너지 않으면 안 될 가장 중요한 이동상의 장애물이었는데, 이 강을 건넘으로써 시베이(西北) 평원으로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장정의 두 지도자인 주더(朱德)와 덩샤오핑(鄧小平)은 쓰촨이 고향이기에 마음이 더 애잔했을 것이다. 이 네 개의 강을 건너면서 중국 현대사는 시작됐다.
이 강으로 가는 여행 코스는 그다지 잘 개발된 것은 아니다. 앞으로 소개할 여행지는 대부분 민지앙을 따라가는 여행 코스다. 서쪽을 지나는 따두허의 옆에는 공가산이라는 설산의 대표 주자가 있다.
쓰촨의 지도를 보면 중국 전도의 축소판처럼 생긴 것에 놀란다. 하지만 더 놀랄 것은 쓰촨이 가진 무한한 여행 자원이다. 필자도 쓰촨을 몇 차례 여행했지만 이 성에서 본 것은 극히 미미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사실 쓰촨은 한달을 투자해도 전혀 아깝지 않은 여행지다.
마치 외계의 유적 같은 5000~3000년 전 유적으로 외계인 같은 형상을 한 모습이 인상적인 싼싱투이(三星堆)를 비롯해 진시황과 비슷한 시대에 만들어진 인류 최고의 수리 시설 가운데 하나인 두지앙위앤(都江堰), 삼국지에서 가장 사랑받는 왕조인 촉나라의 정치 중심인 청두 등 수많은 곳이 역사 자원이 풍부하다.
거기에 도교의 성지인 칭청산(靑城山), 불교의 성지인 어메이산(峨眉山) 등 정신문명의 보고이기도 하다. 거기에 쓰꾸냥산, 공가산으로 이어지는 만년설산 지역은 장족 불교 등이 녹아 있어서 또 다른 샹그릴라로 추앙받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2008년 봄 쓰촨은 대지진이라는 재앙을 맞았다. 거기에 언제 다시 지진이 다시 올지 모른다. 중국 역사상 최악의 지진인 탕산대지진처럼 수십년은 지나야 지진의 상처를 극복하고, 위협감이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쓰촨은 이대로 간과하기에 너무 빼어난 여행지들이 많다.
글 = 조창완 여행 작가, 중국자본시장연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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