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4(화)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특정업체에게 특혜를 줬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17일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는 한전의 몇몇 지사에서 약 30억원 규모의 공사를 특정업체만 입찰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거나 추가하는 등 부정 입찰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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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 CI(이미지출처=한전 누리집)

 

제보자는 한전에서 발주한 점검 용역 중 맨홀점검용역과 저압접속함공사를 지목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시방서(공사에 대한 표준안)를 통해 입찰을 진행하는데, 한전 일부지사가 시방서에 부적절한 규정을 추가해 특정업체에게 유리한 입찰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제보자는 해당 입찰 과정에서 A업체에게만 시방서 변경 정보를 제공하고 나머지 입찰 참여 의사가 있는 업체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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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국전력 용역업체 입찰 기준 입찰공고문=익명의 제보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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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한국전력 용역업체 입찰 기준에는 '하수처리 방류수 처리기준'이 추가되어 입찰 참여 업체는 수질검사 성적서를 제출하도록 변경됐다. 공고문=익명의 제보자 제공

 

지난 8월 4일, 한전 천안지사는 맨홀점검 입찰공고를 올리고 갑자기 입찰취소를 했다. 이후 8월 9일 입찰 재공고를 했는데 해당 시방서 내용에 한전 본사 지침과 관련없는 내용을 추가됐다.  

 

추가한 내용은 '하수처리 방류수 처리기준'이었다. 이에 따라 입찰에 참여하려면 수질검사 성적서를 제출해야 됐다. 기존의 같은 공사 입찰 과정에는 없었던 조건이다. 갑자기 명확한 시험규격 명칭 없이 전기맨홀과는 관련이 없는 '공공하수처리시설의 기준'을 언급하며 입찰참여 기준의 성적서 제출을 요구했다. 


제보자는 "수질검사 관련 내용은 한전 본사에서 작성한 맨홀장비 구매규격에 이미 나와 있어 그 기준에 맞게 시험 성적서를 보유하며 정상적으로 입찰에 참여하고 있었지만, 본사와 다른 특정 지사만의 시방서 '통보'로 입찰에 참여하려 했던 업체들이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제보자는 한전 천안지사의 입찰 기준대로 ‘공공하수처리시설 방류수 수질검사’ 의뢰를 국가공인 연구기관에 요청했다. 하지만, 해당 연구기관은 '해당 검사가 새로운 시험이라면서 조건에 맞는 시험을 찾아봐야 한다'며 '일정을 잡는데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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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천안지사 전경 사진출처=한전 누리집

 제보자 측은 해당 입찰 시방서 내용이 변경된 이유에 대해 담당자에게 문의를 하자 담당자 본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바꿨다는 대답만 들었다고 전했다. 지난 8월 4일부터 8월 9일 사이 공고가 변경되는 동안 준비할 수 있는 시험성적서가 아닌데도 해당 성적서을 제출한 A업체에게만 입찰할 수 있는 특혜를 준 것이다. 

 

다른 한전 지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8월 9일부터 9월15일까지 약 9억원에 가까운 입찰 공고를 낸 다른 지사들 역시 천안지사와 같은 조건을 내걸었다. 


제보자는 해당 기간에 입찰 공고를 낸 지사마다 연락을 해 시방서 변경 사유를 물었지만, 각 담당자들은 스스로 필요에 의해 시방서를 바꿨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천안 지사와 문구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은 시방서를 제시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한전 지사들의 변경 사유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제보자는 한전 본사 담당자에게도 질의를 했다. 한전 본사 담당자는 '수질기준 변경이라는 시방서를 제안을 한적이 없다'며 오히려 수질검사 성적서가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니 9월 안에 수질검사 성적서 관련 내용을 삭제할 거라는 입장을 제보자에게 전했다. 


제보자는 "한전에서 내부정보를 A업체에 전달해주었거나 반대로 A업체의 개입으로 인해 입찰기준이 변경됐거나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입찰 정보 변경은 결과적으로 이미 조건에 맞는 성적서를 갖춘 A업체와 이 업체의 장비를 임대한 업체들만 입찰에 참여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제보자는 입찰 과정이 의심스러워 A업체 장비를 임대해 입찰에 참여한 다른 업체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A업체와 장비 임대 계약을 하려면 장비 전체가 아닌 수질관련 성적서 부분에 대해 '보안각서'를 작성하고 서명을 해야만 했다. 제보자는 A업체가 사전에 입찰 변경 사항을 알고 있었던 것 같고 입찰의 핵심이 된 수질검사 성적서에 대해 보안각서까지 받아가며 관리를 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특혜를 받은 A업체의 대표는 전직 한전 직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한전의 공식 입장을 듣기 위해 한국전력공사 나주 본사 커뮤니케이션실 언론홍보팀에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연락을 받지 않았다. 이후 한전 측의 반론이 확인되면 추후 보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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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도 몰랐던 한국전력 지사들의 특정업체 입찰 특혜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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