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단 대전협 위원장, SNS에 기사 언급…"국가가 의료 상업화·시장화 방치"
의대교수들 "사제지간 아니라면 전공의를 교수들이 지지할 필요 없다" 격앙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이 수련병원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의대 교수들과 병원을 비판했다.
13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박 위원장은 12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1만2천명에 휘둘리는 나라, 전공의를 괴물로 키웠다' 제목의 한겨레신문 기사를 링크하며 "전공의들에게 전대미문의 힘을 부여한 것은 다름아닌 정부와 병원"이라고 기사 본문의 내용을 옮겨 적었다.
그러면서 "수련병원 교수들은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불이익이 생기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들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착취의 사슬에서 중간관리자 역할을 해왔다"고 적었다.
이어 "문제의 당사자인 병원들은 의-정 갈등의 무고한 피해자 행세를 하며 그 부담을 다른 보건의료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하고 있다"며 "수도권의 대학병원들은 2028년까지 수도권 인근에 경쟁적으로 분원을 설립할 계획을 갖고 있지만, 전공의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기이한 인력구조를 바꿀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특히 "이런 상황에 이르도록 의료 체계의 상업화, 시장화를 방치해온 국가의 책임이 지대하다"고도 했다.
박 위원장이 쓴 글은 링크한 기사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다. 인용부호나 다른 설명은 달지 않았다.
박 위원장이 이런 글을 게제한 것은 전공의 의존도가 지나친 수련병원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장기간 의료 공백 상황의 해결을 위해 의료계가 결속하는 상황에서 의대교수들과 병원을 비판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대한의사협회(의협)과 의대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등 의료계는 그동안 전공의들이 다치는 일을 막겠다고 강조하면서 정부를 비판하고 의료계의 결속을 모색해왔다.
수련병원 상당수는 의료공백 장기화로 경영이 악화됐다며 비상경영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수도권 대형병원인 '빅5' 중 처음으로 이번 의료공백 사태와 관련해 의사를 제외한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의사 사직은 방관하고, 상의 없이 노동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이 SNS 글이 알려진 뒤 의대 교수들을 비롯한 의사들 사이에서는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자신의 SNS에 "오늘 하루종일 박단 전공의 비대위원장이 올린 포스팅 때문에 시끄러웠다"며 "교수들도 더 이상 참지 않고 (전공의의) 저항에 동참할 것을 선언하고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에서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직접 쓴 글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 문단을 복사해 넣은 것은 그 부분과 뜻을 같이 한다는 의미"라며 "워딩의(이) 부적절하다는 주장과 교수들을 비롯한 일부 의사들이 분노하거나 불쾌해하는 것에 대해 저도 동의한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의 SNS 글에는 "핵심을 찔렀다", "제자팔이 그만해라"는 등의 내용으로 옹호하는 글도 댓글로 달렸지만 실망감을 표하는 의사와 교수들의 글도 적지 않았다.
한 교수는 "전공의들을 가르치고 좋은 수련환경으로 변화시켜가는데 의식과 실천이 부족한 측면은 있지만 대치점에 두고 가르려는 느낌을 주는 것은 마음이 별로 좋지 않다"고 했다.
강홍제 원광대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은 "자기 지지 세력에 기관총을 난사하는것은 윤대통령만이 아니었다. 실망이다"며 "사제지간이 아닌 직장상사와 부하직원 관계라면 더이상 전공의를 교수들이 지지할 필요가 없다"고 적었다.
한 의대 교수는 "뜻을 함께 하고자 사직서도 냈고 어쩔수 없이 당직서고 환자와 정부 양측에서 욕먹으면서도 축소진료하고 전공의 후원하는 방안에 찬성표 던지고 있는데 이런 글을 보니 기분이 참 안좋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BEST 뉴스
-
[단독] 환율 미쳤다…미국 공항서 달러당 2100원에 거래 중
미국에서 1달러를 매입하려면 한화를 2000원 이상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만큼 원화 가치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러스트=픽사베이 13일 미국 캘리포니아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LA LAX공항 내부 환전소에서 교민들이 달러를 구입할 ... -
올림픽대로 끝자락 ‘스테이지28’ 민간 표지판이 9개나?
서울 강동구 고덕동, 올림픽대로의 끝자락을 달리다 보면 눈에 띄는 표지판이 있다. KB뉴스영상 화면 갈무리 출처=KBS ‘3차로로 진입하세요’라는 안내 바로 옆에 ‘스테이지28 방향’이라는 글씨가 붙어 있다. 분기점에도, 진입로에도, 측도에도 같은 표지판이 반복된다. 세어보니 ... -
가평 크리스탈밸리CC서 카트 추락…70대 근로자 사망
18일 오후 1시경 경기도 가평군 상면 대보리 소재 크리스탈밸리 컨트리클럽(CC) 내 도로에서 작업용 카트가 5미터 아래로 추락해 70대 근로자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즉시 구조에 나섰으나, 두 사람 모두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된 뒤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 -
[단독] FDA에 이름 오른 '에이피알'… 'K-뷰티 신화'에 드리운 먹구름
에이피알(APR) 김병훈 대표 사진=연합뉴스 ‘메디큐브(Medicube)’로 대표되는 에이피알(APR)은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K-뷰티의 새로운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에이피알을 이끄는 김병훈 대표는 ‘디지털 감각’과 ‘공격적 마케팅’으로 SNS 중심의 브랜드 확산 전략을 ... -
매크로 예매는 불법인데… 티켓베이는 왜 처벌받지 않나
티켓구매 (CG) [연합뉴스TV 제공] 프로야구와 인기 가수 공연 티켓을 자동 프로그램(매크로)으로 대량 예매해 되판 업자들이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경찰은 최근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프로야구 입장권을 무더기로 예매한 일당을 검거했다. 이들은 초당 수백 회 클릭... -
호반그룹, 성장인가 무리수인가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과 장남 김대헌 사장 사진출처=연합뉴스 인천 송도의 호반써밋송도오피스텔에서 시작된 전기료 소송이 호반그룹의 책임 구조를 둘러싼 근본적 질문으로 번지고 있다. 입주민들은 “인근 단지보다 두 배 이상 전기료를 내고 있다”며 시공사인 호반건설을 상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