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생수병 라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천연광천수’라는 단어. 하지만 이 말의 정확한 뜻을 아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최근 글로벌 생수 시장에서 ‘진짜 천연수’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유럽과 한국의 기준 차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유럽, “살균·정수 금지”… 가장 엄격한 규제
유럽연합(EU)과 노르웨이를 포함한 유럽경제지역(EEA)에서 ‘Natural Mineral Water(천연광천수)’는 법으로 엄격히 정의돼 있다. 반드시 특정 지하 수원에서 나와야 하며, 미네랄 조성이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살균이나 화학적 정수 과정을 거치는 것이 금지된다. UV 살균이나 오존 처리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반드시 원천에서 바로 병입해야 하며, 각국 보건 당국의 인가를 받아야만 ‘Natural Mineral Water’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수십 년간 유럽 소비자들이 ‘에비앙(Evian)’ 같은 브랜드를 신뢰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에비앙조차 물 처리·표기 문제로 논란에 휘말리면서 업계가 술렁였다. “그 에비앙마저?”라는 반응이 나온 것은 천연광천수 기준의 무게를 새삼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한국, 살균·여과 허용… ‘안전성’ 중심
반면 한국의 ‘천연광천수’는 「먹는물관리법」에 따라 일정 수준의 미네랄이 포함된 지하수를 뜻한다. 다만 유럽과 달리 살균, 여과, 소독 등 위생 처리가 허용된다. 원천 그대로의 순도보다 ‘안전성 확보’에 무게를 두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같은 이름의 ‘천연광천수’라 하더라도, 유럽의 Natural Mineral Water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물일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혼동이 불가피하다.
노르웨이에서 천연광천수를 유통하는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천연광천수를 공급할 수 있는 수원지는 줄어들고 있고, 확보 비용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가격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진짜 천연광천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까다로운 요건 탓에 천연광천수는 글로벌 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하지만 이 희소성이 곧 브랜드 가치와 연결되고, 고급 소비재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전문가들은 “라벨 속의 ‘천연’이라는 단어 자체보다, 그 물이 어떤 기준을 충족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유럽의 'Natural Mineral Water'처럼 ‘원천 그대로’의 순도를 인정받은 물은 가격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결국 물 한 병을 고르는 일은 단순히 갈증을 해소하는 차원을 넘어, 소비자가 어떤 기준과 가치를 신뢰하는지 보여주는 선택이 되어가고 있다.
BEST 뉴스
-
암·당뇨 환자 10년 새 청년 당뇨 2배 늘고, 암 수술 건수 급증
국내 암·당뇨 환자가 지난 10년간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년층 당뇨 환자가 두 배 이상 증가하고, 폐암·유방암 등 주요 암 수술 건수도 급증해 국민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뇨 일러스트=연합뉴스/OGQ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예지 국민의힘 ... -
김동아 의원 "국민 2명 중 1명, 원전 핵폐기물 떠안고 살아"
국민 2명당 한 개꼴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떠안고 있는 가운데, 일부 원전은 사용후핵연료 평균 저장률이 임계치를 넘어서며 국민 안전을 직접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동아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서대문갑)이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으로부터 제... -
"임신부 타이레놀 복용 가능…하루 4천㎎ 이하로"
타이레놀-자폐증 위험 경고하는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미국 정부의 ‘타이레놀’ 관련 발표와 관련해 “현재 국내 임신부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해열·진통제를 기존 사용상의 주의사항에 따라 의사·약사 등 전문가와 상의한 뒤 복용할 ... -
암 진료비 1위는 유방암… 5년 연속 ‘1조7천억 원대’ 최고치 기록
유방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조기 발견을 독려하기 위한 핑크리본 캠페인 이미지 출처=대한암협회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은 진료비를 지출한 암은 ‘유방암’으로 나타났다. 유방암은 2024년 기준 총진료비 1조6,999억 원을 기록하며 5년 연속 전체 암 가운데 1위를 차지했... -
손씻기 실천율 증가… ‘올바른 손씻기’는 10% 수준
‘용변 후 손씻기 실천율’은 84.1%, ‘비누를 사용한 손씻기 실천율’은 45.0%로 전년(76.1% / 31.8%) 대비 상승하였다. 다만, 30초 이상 비누를 사용하여 ‘올바르게 손을 씻은 경우’는 10.3%로 전년(10.5%)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용변 후 손을 씻는 전체 시간은 평균 12.2초로 전년(10.9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