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 화장실에 설치한 모니터가 불과 반년 만에 철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고객 편의를 내세웠지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논란에 휘말리며 수억 원의 예산이 허무하게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산–영덕 고속도로 한 휴게소. 주유소 화장실 변기마다 설치된 모니터는 차량과 주변 CCTV 화면을 송출했다. 한국도로공사는 2024년 하반기, ex-OIL(도로공사 주유소 브랜드) 10주년 기념 시설 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이 사업을 결정했다. 사업은 도로공사 본사의 서비스혁신처와 시설처가 공동으로 기획·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12월부터 전국 177개 주유소 화장실에 총 700여 대의 모니터가 설치됐다. 사업비는 3억9천만 원, 대당 50만 원을 넘었다.
당초 취지는 ‘주유 중 화장실을 이용하는 고객이 자신의 차량 상태나 주유 현황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설치 6개월 만에 상황은 급변했다. 화장실 내부에서 송출되는 화면에 타인의 차량과 얼굴이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는 민원이 제기됐고, 법률 자문 결과 범죄 예방 목적이 아닌 단순 편의 제공을 위한 CCTV 송출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일부 이용자들도 “화장실에서 타인의 모습이 그대로 비쳐 불쾌감을 느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결국 도로공사는 취재가 시작되자 송출을 전면 중단했고, 일부 휴게소에서는 이미 철거에 착수했다. 남아 있는 모니터는 교통안전 등 ‘공익 목적 영상’ 송출 용도로만 전환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 출자금 1조 원 이상을 지원받는 도로공사가 기본적인 법률 검토도 거치지 않고 예산을 낭비했다”며 시급한 시정을 요구했다.
문제는 설치 대상이 전국 177개 휴게소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설치·철거 명단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수도권과 충남권 일부 휴게소에서는 이미 철거 흔적이 확인됐지만 전체 현황은 도로공사 공식 자료를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하다.
이번 사례는 ‘스마트 편의시설 확대’라는 명분으로 추진된 공공사업이 현장 검증과 법률적 타당성 검토 없이 진행될 경우 막대한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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