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수백 개의 언어가 있고 수천 종의 문자가 존재하지만, 그중 ‘문자의 창제일’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기념하는 나라는 오직 대한민국뿐이다. 한글날은 세종대왕이 1446년 훈민정음을 반포한 날을 기념하는 국경일로, 문자 창제자와 창제 원리를 함께 기념하는 인류 유일의 날이다.
세계 대부분의 문자는 오랜 세월에 걸쳐 자연스럽게 변형되며 만들어졌기에 누가, 언제, 어떤 원리로 창제했는지를 명확히 알 수 없다. 라틴 문자, 한자, 아랍 문자, 데바나가리 문자 등도 모두 기원이 불분명하다. 그러나 한글은 다르다. 세종대왕이 백성을 위해 직접 창제했고, 그 시기(1443~1446년), 목적(백성을 위한 문자), 철학(소통의 평등), 원리(음성기관의 과학적 구조)가 모두 기록되어 있다. 바로 이 점이 한글날이 세계적으로도 독보적인 이유다.
다른 나라에도 언어나 문자를 기념하는 날은 존재한다. 태국은 7월 29일을 ‘태국어의 날’로 지정해 언어 보존과 순화를 장려하고, 일본은 10월 1일을 ‘문자의 날’로 정해 올바른 표기 문화를 확산하는 캠페인을 진행한다. 중국은 4월 20일 ‘유엔 중국어의 날’을 통해 중국어 문화권의 다양성을 기리고, 에티오피아는 고대 문자 게에즈를 기념하는 비공식 행사를 열어 전통 문화를 보존한다. 그러나 이들 기념일은 모두 언어 사용이나 보존, 혹은 문화적 존중을 위한 날일 뿐, 문자 자체의 창제자와 철학을 기념하지는 않는다.
한글날은 이들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훈민정음 해례본에는 소리의 구조와 발음 기관의 작동 원리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며, 인간의 언어를 과학적으로 재현하려는 시도가 담겨 있다. 유네스코는 1997년 이 해례본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며 “인류 역사상 가장 과학적이고 인본주의적인 문자 창제 기록”이라 평가했다.
한글날의 의미는 단지 글자를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문맹의 시대에 백성을 위해 지식의 문을 연 세종대왕의 뜻은, 오늘날에도 지식과 표현의 평등을 상징한다. 한글날은 ‘언어의 날’이 아니라 ‘창조의 날’이며, ‘문자 보존’이 아니라 ‘문자 혁명’을 기념하는 날이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이 기념일인 한글날은 세종대왕 한 사람의 업적을 넘어, 인류가 스스로의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권리를 기념하는 날이다. 그래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이 기념일은, 한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특별한 문화를 품고 있는지를 증명한다.
어쩌면 k 문화 확산의 시초는 여기서부터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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