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국정감사장에서 드러난 한 건의 발언이 거대한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구실적이 없는 민간업체가 공모 2주 전에 연구소를 세워 수주했다”며 “사람의 생체신호와 표정을 수집하는 기술이 인체대상 연구임에도 윤리심의(IRB)와 사전 검토가 모두 생략됐다”고 지적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 또한 “이 사업은 군중 감시형 AI 형태로, 총선 직후 경호처가 민심 감시용 기술을 추진한 것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인체대상 연구가 아니라고 판단해 IRB를 거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이를 “윤리적 책임 회피이자 행정 편법”이라고 반박했다.
문제가 된 사업은 전(前) 정부 시절 대통령경호처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으로 기획한 ‘AI 기반 전영역 경비안전 기술개발’ 사업이다.
총 예산은 240억 원(경호처 120억 원 + 과기정통부 120억 원) 규모로, ‘대통령 행사 안전 확보’를 명분으로 2024년 총선 직후 본격 착수됐다.
하지만 사업의 실제 내용은 단순한 보안 기술이 아니었다. 군중 속 인물의 얼굴·표정·동작·심박 등 생체신호를 실시간 분석해 ‘위험 인물’을 판별하는 인공지능 감시 시스템이 핵심이었다.
이 때문에 학계와 인권단체에서는 “AI 기술을 이용한 대국민 감시체계 구축 시도”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 초대형 정부 과제를 수주한 기관은 뜻밖에도 민간 보안업체 HDS씨큐리티(HDS Security)였다. 대표 조한봉은 과거 대통령 경호실 출신으로, 특전사 장교 경력을 거쳐 청와대 경호원으로 근무한 인물이며, 현재는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HDS는 2000년대 초 설립된 시설보안·출입통제·경비 용역회사로, 정보기술이나 AI 연구개발 실적은 전무했다. 그런데 사업 공고 2주 전 ‘기업부설 연구소’를 신설했고, 곧바로 해당 과제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보안업계 관계자들은 “국가 R&D 과제를 신규 연구소가 단기간에 따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경호처와의 인적 네트워크나 비공식적 영향력 없이는 설명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회 과방위가 확보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해당 과제는 사람의 얼굴·표정·움직임·심박수 등 생체신호를 수집해 위험도를 분석하는 실험 데이터를 포함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심의와 한국연구재단의 연구윤리 사전 검토는 진행되지 않았다.
한국연구재단은 “경호기술 개발로 인체대상 연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지만, 전문가들은 “명백한 인체대상 연구이며 절차 미이행은 위법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약 35억 원이 이미 집행된 상태에서 연구비 집행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고위험 AI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어 재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통령경호처는 “대통령 행사 안전 확보 목적일 뿐 감시용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국회는 이미 감사원 감사 및 예산 재조정 검토에 착수했다.
이 사건은 전 정부 시절 기획된 사업이 현 정부에 넘어오며 드러난 구조적 문제로 평가된다. 당시 대통령경호처가 사업을 주도하고, 과기정통부가 예산을 분담했으며, 한국연구재단이 집행을 담당하고, 민간 경호업체가 실적 없이 사업을 수주했다. 그 과정에서 윤리·법적 검증 절차는 사실상 비어 있었다.
전문가들은 “국가가 ‘AI 기술’이라는 이름으로 국민 감시 인프라를 만들려 했다는 점에서 단순 행정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며 “정권 내부와 보안업계 간의 특혜성 네트워크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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