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기업들의 상장폐지(상폐) 규모가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 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며 시장 내 ‘좀비기업’이 누적돼 왔던 가운데, 금융당국이 건전성 회복을 명분으로 상폐 요건을 보다 엄격히 적용하면서 구조조정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와 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2025년 들어 12월까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상장폐지가 결정된 기업은 전년 대비 크게 늘어 최근 5년 중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코스닥 시장의 상폐 증가세가 두드러졌는데, 적자 누적·감사의견 거절·관리종목 지정 장기화 등 기초 체력 부족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유예·연장 등으로 시장에 붙어 있던 다수의 ‘한계기업’이 올해 들어 대거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며 “재무구조 취약 기업에 대한 엄격한 잣대가 적용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기업 구조조정 필요성이 커지는 환경에서 금융당국의 기조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전문가들은 상폐 증가가 단기적으로는 투자자 피해 우려를 낳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건전성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무한정 생존만 연장되던 기업들이 정리되는 것은 필연적인 과정”이라며 “그 자리에 기술력·사업성 있는 신규 기업이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상폐 기업이 늘어나는 만큼 투자자 보호 장치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관리종목 지정 단계에서부터 조기 경보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정보 공시가 부실한 경우가 많아 피해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일부에서는 “상폐 ‘정리’가 아닌 상폐 ‘방치’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결국 올해 상장폐지 증가 현상은 시장 내 구조조정 압력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결과이자, 좀비기업 청산을 둘러싼 한국 자본시장의 체질 개선 과정으로 풀이된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더욱 엄격한 상장유지 요건과 함께 기업의 투명성·재무건전성 요구가 강화될 전망이어서 구조조정 속도는 한층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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