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넘게 지적된 보험 광고, 개인정보 불안까지 키운다
- DB손해보험 ‘전화상담 사은품’ 광고… 지배구조 책임은 어디에
보험 상담만 받아도 사은품을 준다는 광고. 한두 해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단체와 언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수년째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지만, 이 같은 광고는 여전히 TV 전파를 타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상담만 해도 사은품 지급’, ‘전화만 하면 혜택 제공’ 같은 문구가 소비자를 오인하게 만든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문제는 광고 문구가 직접적으로 “무조건 지급”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상담 고객 대상 혜택’, ‘이벤트 진행 중’ 같은 표현을 사용해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가입하지 않아도 사은품을 받는 것처럼” 인식하도록 유도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최근 들어 이 논란은 사은품 지급 여부를 넘어 개인정보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TV 광고를 보고 상담 전화를 거는 순간 소비자는 이름과 연락처를 제공하게 되고, 경우에 따라 주소나 가족 정보까지 전달하게 된다.
그러나 광고에서는 개인정보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상담 이후 추가 연락이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상담 이후 설계사나 영업 조직으로부터 지속적인 연락을 받았다는 경험담이 반복되면서, 사은품 기대보다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불안이 더 크게 남는다는 반응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DB손해보험의 TV 광고가 자주 거론된다.
DB손해보험 광고는 보험사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운 뒤 ‘상담 신청’, ‘전화 한 통’, ‘이벤트·혜택’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사은품 제공 여부나 조건은 광고 말미의 작은 자막이나 “자세한 내용은 상담 시 안내”라는 표현으로 처리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담만 받아도 뭔가 주는구나”라고 받아들이기 쉬운 구조지만, 실제 상담 단계에서는 선착순이나 추첨, 추가 상담 완료, 가입 유도 이후 등의 조건이 뒤따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 반응은 갈수록 냉소적으로 변하고 있다. “상담만 해도 준다더니 결국 조건이 붙었다”, “사은품은커녕 전화만 계속 온다”, “TV를 틀면 보험 광고, 또 보험 광고다”, “이제는 믿지도 않는다”, “보기만 해도 피로하다”는 반응이 반복된다. 특히 최근에는 “광고 신뢰도 저하”와 “보험 광고 회피 현상”까지 언급된다. 보험 상품 자체보다 광고 방식과 개인정보 처리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반응은 최근 사회 전반의 개인정보 민감도 고조와도 맞물려 있다.
대형 플랫폼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개인정보 유출·오남용 사고가 반복되면서, 전화번호 하나를 남기는 것조차 경계하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금융 분야는 한 번 정보가 유출될 경우 추가 영업이나 보이스피싱·스미싱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소비자 불안이 특히 크다. 이런 상황에서 사은품이나 혜택을 앞세워 전화 상담을 유도하는 보험 광고 방식은 시대 흐름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이 문제가 장기간 방치된 배경에는 감독 책임이 분산된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보험업 정책과 제도는 금융위원회가 맡고, 보험사 감독과 민원 처리는 금융감독원이 담당한다.
TV 광고 심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소관이고, 허위·기만 광고 판단은 공정거래위원회 영역이다. 개인정보 보호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담당하지만, 광고 단계에서의 상담 유도와 정보 제공 문제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각 기관이 역할을 나눠 갖고 있다 보니, 광고 단계에서 소비자 오인과 개인정보 노출 위험을 함께 관리하는 주체는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 광고를 두고 “법 조항은 피했지만 소비자 신뢰를 갉아먹는 방식”이라고 평가한다. 불법으로 단정하긴 어렵지만, 보험사 명의의 TV 광고가 소비자 오인을 반복적으로 유발하고, 개인정보 제공을 사실상 전제로 한 구조를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과 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해석이다.
10년 넘게 지적돼 왔지만 고쳐지지 않은 보험 광고. 그 사이 소비자 피로도는 누적됐고, 이제는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불안까지 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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