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이 지난해 연초 제시했던 매출 14조원, 영업이익 6000억원의 연간 가이던스 달성이 사실상 어려워진 것으로 평가되면서, 롯데유통 전반을 둘러싼 책임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적 흐름을 장기간으로 놓고 봐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롯데쇼핑 매출은 2022년 15조원을 넘긴 이후 2023년 14조원대로 줄었고, 2024년에는 13조원대까지 떨어졌다. 영업이익 역시 2022년 3800억원대에서 2023년 5000억원대로 반등했지만, 2024년 다시 4000억원대로 후퇴하며 외형과 수익성이 동시에 위축되는 흐름를 보이고 있다.
부문별로 보면 희비가 갈린다. 롯데백화점은 대형점 중심의 매출 회복과 외국인 소비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이 22.9% 증가하며 비교적 선방했다. 반면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를 합친 그로서리 부문은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고, 이커머스 사업인 롯데온 역시 같은 기간 누적 266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결국 백화점의 선전이 마트·슈퍼와 온라인 부문의 부진을 상쇄하지 못한 셈이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단기 변수라기보다 구조적 문제로 읽힌다. 대형마트 규제 장기화, 소비 둔화, 온라인 중심의 유통 환경 변화는 이미 수년 전부터 예견된 리스크였지만, 롯데유통은 비효율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기보다는 점진적 조정과 유지 전략을 이어왔다. 그 결과 수익성이 낮은 사업 비중은 여전히 크고, 실적 변동성은 확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거론되는 인물이 신동빈 회장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5년 만에 롯데쇼핑 사내이사로 복귀하며 실적 개선 의지를 직접 드러냈다. 복귀 이후 롯데쇼핑 이사회에 참석해 서울 서부권 개발 사업 계획 변경, 롯데백화점 일부 자산 매각 등 주요 의사 결정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은 전문경영인에게 전적으로 맡긴 영역이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회장이 직접 챙기겠다고 밝힌 핵심 사업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롯데쇼핑은 연초에 제시한 가이던스를 하회할 가능성이 커졌고, 실적은 오히려 역성장 흐름을 이어갔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의지 표명과 실행은 있었지만, 성과는 숫자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롯데그룹은 최근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유통과 식품 등 핵심 사업 계열사 수장을 대거 교체하는 초강수 인사 쇄신에 나섰다. 롯데쇼핑의 경우 백화점, 마트·슈퍼, 이커머스 사업부 대표이사가 모두 교체됐다. 롯데백화점은 정현석 부사장이 새 대표로 선임됐고, 롯데마트·슈퍼는 롯데GRS를 이끌던 차우철 사장이 새 수장을 맡았다. 롯데온은 추대식 전무가 승진해 총괄을 담당하게 됐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인사가 실적 악화 이후에 나온 사후 대응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 주목한다.
사업 구조나 전략 방향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기보다는, 기존 틀 안에서 실행 책임자를 교체한 것에 가깝다는 평가다. 특히 마트·슈퍼를 중심으로 한 그로서리 사업은 여전히 변수로 꼽힌다.
롯데는 쿠팡, 마켓컬리 등을 겨냥해 온라인 식품 배송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 비용이 할인점 실적에 반영되며 분기별 수익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는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협업해 부산에 짓고 있는 최첨단 물류센터를 올 상반기 내 가동할 계획이며, 2030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중장기 경쟁력 강화 전략이지만, 단기 실적 개선으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실제 실행 단계에서 나타난 변화는 계열사 대표 교체와 조직 개편이었다. 롯데쇼핑을 포함한 유통 계열사에서 일부 대표가 교체됐고, 운영 방식에도 조정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 인사는 연간 가이던스 달성이 어려워진 이후, 실적 부진이 수치로 확인된 뒤에 나온 조치라는 점에서 사후 대응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사 이동의 방향 역시 근본적 구조 전환보다는 기존 틀 안에서 실행 책임자를 바꾸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마트·슈퍼 중심의 오프라인 비중, 온라인 사업의 수익화 지연, 유통 전반의 비용 구조 등 핵심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는 반면, 책임은 현업으로 내려갔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연초 가이던스 설정 자체에 대해서도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당시 이미 내수 소비 둔화와 유통업 전반의 마진 압박이 구조화된 상황에서, 영업이익 6000억원 목표는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는 시각이다. 가이던스는 단순한 전망이 아니라 경영진이 리스크를 어떻게 인식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라는 점에서, 이번 미달은 전략 판단의 정확성까지 함께 되묻게 한다.
시장과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비효율 사업 조정과 이익 개선이 명확한 숫자로 확인되는 변화다. 그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롯데유통을 향한 책임론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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