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산은 조선시대 학자 율곡 이이가 지인 ‘무이구곡가’로 익숙한 지명이다. 율곡이 이곳을 배경으로 시를 지은 것은 주희가 이곳에서 강의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남부의 푸젠에 있는데다 산 깊은 곳에 있어서 쉽게 가지 않는 여행지다. 우이산의 첫 인상은 정말 여행지로는 천국과 같은 곳이었다. 우이산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여행지들이 오밀조밀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이산에서 제일 주목받는 흥밋거리는 대나무 뗏목을 타고 구곡계를 래프팅하는 것이다. 넓이 약 2m, 길이 약 9m의 오래된 대나무 뗏목 두개를 엮은 뗏목을 타고 약 9.5km의 구곡 시내를 물결 따라 아래로 가는 것이다.
시냇물의 속도가 완만하다가도 갑자기 급해지는 것이 마치 대나무 뗏목이 춤을 추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한 봉우리 한 봉우리를 지나가면서 스릴을 만끽하면서 양 옆의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다.
우이산을 더욱 유명하게 한 것은 차다. 바위 위에서 자라는 차나무에서 나온 차로 만든 우이암차(武夷岩茶)는 우이산의 토산품이다. 우이암차의 품종은 매우 다양한데, 그중에 ‘따홍빠오’(大紅袍)가 제일 유명하다.
지우취시(九曲溪 구곡계)는 우이산 자연보호구역인 황강산(黃崗山) 남쪽 기슭에 있다.
무이구곡가는 1곡에서 시작하지만 래프팅은 9곡부터 거슬러 내려간다. 한 시간여의 래프팅은 맑은 물과 산수로 인해 지루할 틈이 없다. 강가의 바위에는 그 굽이가 표기되어 있다. 가는 길에 사공이 각기 설명을 한다. 때로는 수십 미터 깊이인 용소를 지나고 강가 바위는 개구리, 낙타 등 삼라만상의 형상이 있다.
톈요우펑의 옆을 지나는 육곡(六曲), 벼랑에 관을 안장한 현관(縣棺)을 볼 수 있는 삼곡(三曲), 옥녀봉과 만나는 이곡(二曲)이 인상적이지만 어느 곳 하나 버릴 수 없는 명승이 펼쳐진다. 특히 다른 봉우리들과 달리 벼랑으로만 되어 있어 등반할 수 없기 때문에 옥녀봉(玉女峰)의 오롯한 자태가 더 인상적이다.
우이궁(武夷宮 무이궁)은 따왕펑(大王峰)을 뒷배경으로 서 있는 조용한 정원 같은 곳이다. 과거에는 도교 사원이었지만 지금은 우이산과 연관된 명인들의 흔적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당(唐) 천보연간(天寶年間, 742∼755년)에 만들어졌다가 송대에는 300칸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전각이 그리 많지 않다. 우선은 우이산의 명인들을 모신 완니엔궁(万年宮)을 봐야 한다.
건물의 주변에는 우이산 관련 인물들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전시관 밖에는 대나무와 꽃들이 어우러진 거대한 정원이 펼쳐진다. 한쪽에는 송나라 거리를 재현한 쑹지에(宋街)가 있고, 한쪽에는 유영(柳永 987∼1053)을 모신 기념관이 있다. 유영은 북송(北宋)의 문인으로 송사(宋詞) 풍의 긴 산문을 썼으며 문집으로 <악장집(樂章集)>이 있다.
유영 전시관 앞으로 펼쳐진 쑹지에는 말 그대로 송나라를 재현한 거리다. 다양한 기념품들과 우이산 특산인 차 등을 판매한다.
따홍바오(大紅袍 대홍포)는 사실 우이산의 따홍파오라는 명차도 있지만, 황제의 차를 생산하는 위차위안(御茶園), 바위에서 자라는 암차(岩茶) 등은 중국 차를 공부하는 이들에게 가장 호기심의 대상이 되는 곳이다.
바위 사이로 난 벼랑 같은 길을 타고 20분쯤 걷는데 옆에는 옛 선인들이 남긴 글씨들이 붉게 치장되어 발길을 잡는다. 다시 작은 언덕을 넘어가면 따홍파오가 나타난다. 따홍파오는 한 바위에서 자라는 두 대에 걸친 차나무들을 말한다. 바위 아래에도 후손 같은 차나무들이 있지만 바위에 있는 앞대의 명성을 따를 수 없다.
선학(仙鶴)이 멀리 봉래섬(蓬萊島)에서 종자를 가져와 이 벼랑이 심었다는 전설과 천심사(天心寺)의 스님이 이 찻잎으로 황제의 병을 치료해 황제가 붉은 가사(紅袍)를 선물했는데, 이후 붉은색의 차 성분을 띠게 됐다는 말이 있다.
그런 말이야 전설일 것이고 보아 하니 뒤에 있는 바위가 붉은색 성분을 머금은 것 같은데, 그곳에 뿌리를 박고 자라서 차를 우리면 붉은색을 띠는 것 같다. 차 중에서 성인으로 불리는 이 차는 반 정도 발효시킨 우롱차 계열인데, 따홍파오에서 무성생식시킨 차를 따홍파오라고 부른다.
좋은 차들은 사실 대만이나 홍콩의 차 애호가들이 대부분 구입해 간다. 특히 따홍파오는 이제 보호 차나무로 지정되어 차 수확을 전혀 못하게 되어 있다. 때문에 2007년 5월에 마지막으로 찻잎을 채취했는데 그 마지막 찻잎은 중국 국가발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톈요우펑(天遊峰 천유봉)은 우이산에서 가장 상징적인 봉오리다. 해발 410m의 높지 않은 산이지만 산 전체가 바위고 한쪽이 벼랑이어서 독특한 모습을 자랑한다. 위에 올라서면 우이산의 선경이 펼쳐진다.
서하객도 “어찌 이곳에 와 구곡의 승경을 보지 않고, 이 봉이 제일이라 하랴”(其不臨溪而能盡九曲之勝,此峰故第一也)고 말했다. 정상을 오른 후에는 가파른 바윗길보다는 뒤로 난 등산로를 따라 내려오는 것도 좋다. 이 길은 과거 장쩨스(장개석)가 방문했을 때 가마를 타고 올라오기 위해 급히 닦은 길이라고 한다. 올라오는 길과 달리 완만한 편이어서 가마를 타고 올 만도 했다.
주시지니엔관(朱熹紀念館 주희기념관)는 우리 유학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주희가 가장 오랫동안 머물던 곳이 우이산이다. 지우취시 중간으로 난 다리를 지나서, 톈요우펑으로 가다 보면 오른쪽에 주시지니엔관으로 가는 길이 있다.
이곳은 주시위앤(朱熹園)으로 불린다. 주희(朱熹 1130~1200)는 조선시대 우리 학단에서 절대적인 인물이었다. 그 주희의 가장 중요한 활동 범위가 우이산이어서 우리 조상들도 우이산에 대한 흠모가 대단했다.
사실 다녀와 본 적이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으면서도 수많은 서화(書畵)에 우이산이 등장한다. 주희와 같은 제목의 ‘무이구곡가’를 퇴계 이황이 썼고, 역시 비슷한 생각에서 율곡도 ‘고산구곡가’를 지었다. 주희가 머문 ‘무이정사’나 우이산의 봉우리에서 따온 암자들이 많다.
퇴계의 경우 이 무이구곡가의 전계에 따라 수양이나 학문의 단계를 말한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는데, 이럴 정도로 화제가 된 산이고, 우리 지식인들이 꼭 다녀가 보고 싶었던 산이다.
주시지니엔관은 그런 주희를 잘 설명한 곳이다. 전시장 안은 주희 시절에 강학했던 학당의 벽이 보존되어 있어 애틋한 감정을 준다. 주자학이 한국이나 일본 등에 끼친 영향도 설명되어 있다.
글/사진= 조창완 여행 작가, 중국자본시장연구회 부회장
BEST 뉴스
-
[데스크 칼럼] “10년전 대한항공 오발권은 사고 아닌 인격 살해였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10년 전 가수 A씨의 ‘기내 난동’ 사건은 한 개인에게 씻을 수 없는 낙인을 남겼다. 그러나 사실관계를 다시 들여다보면, 이 사건은 단순한 기내 소동이 아니었다. 국적 대기업 항공사가 저지른 오발권 실수, 그 실수를 덮기... -
‘기괴하다’와 ‘참신하다’ 사이…감쪽같이 사라진 N32 광고
‘n32’ 광고 영상 화면 갈무리 지난해 이맘때 즈음, TV속 거의 모든 채널을 점령했던 시몬스의 비건 매트리스 브랜드 ‘N32’ 광고가 최근 자취를 감췄다. 강렬한 비주얼과 음산한 분위기로 “기괴하다”는 혹평과 “기억에 남는다”는 호평을 동시에 받았던 이 광고는 1년도 ... -
스마트 전환의 숨은 주역 - 전문기관의 역할과 지속 가능한 사업 확산을 위한 제언
소상공인의 경영 환경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기술은 넘쳐나지만, 그 기술을 ‘어떻게 고르고, 어떻게 쓰고, 어떻게 성과로 연결할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스마트상점 기술이 아무리 진화해도, 이를 사용하는 소상공인이 그 복잡한 기술을 스스로 선택하고 익히기란 쉽지 않다. 말하자면 운전면허 없는 이에게 최... -
[이호준의 문화ZIP] '느좋' Music
해야 할 일을 끝내고 나서 유튜브의 검색창에 음악을 검색합니다. '느좋 Music' '느좋'이 뭐냐고요? 바로 '느낌이 좋다'의 줄임말입니다. 젊은 층에서 많이들... -
[이호준의 문화 ZIP] 영원한 크리스마스 연금, 머라이어 캐리
영국 영화 '어바웃 어 보이(About a Boy, 2002)' 에는 주인공 윌 프리먼(휴 그랜트 분)이라는 매력적인 남자가 등장합니다. 영화 '어바웃 어 보이(About a Boy, 2002)' 포스터 그는 평생 직장을 가져보지 않은채, 일하지 않고 런던에서 여유롭게 살고 있습니다. 그의 직업은 '의도... -
병원까지 함께 가는 돌봄, 동행서비스 없이는 통합 돌봄도 없다
내년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통합 돌봄 서비스는 노인·장애인·중증만성질환자가 자신이 살아온 집과 지역사회에서 가능한 한 오래, 존엄하게 생활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의료·요양·주거·돌봄을 유기적으로 연계하겠다는 구상이지만, 현장에선 제도의 성패를 가를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병...
